비대위, 영입 한 달여 만에 조강특위 위원직 '해촉'

자유한국당 ‘구원투수’로 영입된 전원책 변호사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에서 해촉됐다. 한국당 홈페이지.
자유한국당 ‘구원투수’로 영입된 전원책 변호사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에서 해촉됐다. 한국당 홈페이지.

자유한국당 ‘구원투수’로 영입된 전원책 변호사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위원에서 해촉됐다. 전면 쇄신을 통해 대선 패배와 지방선거 참패 후유증을 극복하겠다는 한국당 전략에 차질이 예상된다. 동시에 보수정당 재건을 기대했던 보수층에 또다시 실망을 안겼다는 분석이다.

앞서 한국당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병준, 비대위)는 지난 9일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을 전격 해촉했다. 지난 달 11일 비대위가 조강특위 위원으로 선임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전대 일정 및 현역 물갈이 폭 김 위원장과 ‘갈등’ 거듭
김병준 "부덕의 소치..당 운영과 쇄신 심대한 타격 우려"
전원책 "기가 막히다..인적 쇄신 못하게 하려는 것"

그동안 김 위원장은 내년 2월말 전대를, 전 위원은 내년 6~7월 전대를 주장하며 갈등을 빚었다. 또한 당협위원장 당무감사를 통한 현역 물갈이 폭과 대상 등을 놓고 대립을 거듭한 것이 해촉의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전 위원에게 인적 쇄신의 ‘칼자루’를 쥐어줬던 김병준 위원장은 “부덕의 소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당의 기강과 질서가 흔들리고 당과 당 기구의 신뢰가 더 이상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전당대회 일정과 관련해서도 더 이상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그렇게 되면 당의 정상적인 운영은 물론 여러 가지 쇄신 작업에도 심대한 타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인적쇄신을 포함해 비대위에 맡겨진 소임을 기한 내에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당 혁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그렇게 해서 내년 2월말 전후 새롭게 선출되는 당 지도부가 새로운 여건 위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장(오른쪽)과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이 지난 달 4일 기자간담회를 위해 국회 본청 당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한국당 홈페이지.
김용태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장(오른쪽)과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이 지난 달 4일 기자간담회를 위해 국회 본청 당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한국당 홈페이지.

문자메시지로 해촉 통보를 받은 전 위원은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보이며 비대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 위원은 한 방송인터뷰에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예의가 있고, 최소한 지켜야 할 약속은 지켜야 하는데, 이렇게 쉽게 약속이 허물어질 줄은 몰랐다”면서 “지금 한국당 비대위가 2월 말 전당대회를 압박하는 것은 결국, 인적 쇄신을 못하게 하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월 말 전당대회를 하려면 다음 달 15일까지 현역의원들 가운데 당협위원장 직에서 물러날 사람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당연직 조강특위 위원장인 대전 출신 김용태 사무총장은 “전 위원 후임 인선을 위한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고 했다. 그는 “외부인사 1명을 선임해 동의를 묻는 작업에 들어갔다”며 “동의를 해주면 최단기간 검증작업을 거쳐 바로 비대위 안건으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특위 당무감사 ‘지지부진’, 비대위 리더십 ‘타격’ 불가피
이장우 “진정한 쇄신은 새로운 당대표에 맡겨야”
이명수 “중도 낙마 아쉬워..사람을 썼으면 기회를 줬어야”

하지만 전국 당협위원장 교체작업 등을 진행 중이던 전 위원이 낙마하면서 조강특위 검증 작업도 지지부진해지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향후 비대위 활동마저 유야무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충청권 의원들도 전 위원의 갑작스러운 낙마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해촉 배경에는 다소 해석차를 보였다.

이장우 의원(재선. 대전 동구)은 “(전 위원이 해촉된)내막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면서도 “다만, 진정한 당의 쇄신작업은 당원들로부터 얻은 권력으로 하는 것이다. 전대에서 새롭게 뽑은 당대표에게 (당 쇄신을)맡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급인 이명수 의원(3선. 충남 아산갑)은 “당이 어려운 때 책사 역할을 기대했는데, 최근 갈등이 생겨 안타깝다”면서 “조강특위가 (당협위원장 교체)현장 실사를 하고 있는데, 보다 참신한 인물로 보강해서 당에 변화를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전 위원 언행이 일반인과 달리 특수한 차원이 있는데, 당만 쇄신할 수 있고, 국민들에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기대해보자는 분위기였는데, 중간에 낙마하니 안타깝다”면서도 “사람을 썼으면 기회를 줬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한국당이 심혈을 기울여 영입한 인물을 한 달 여 만에 스스로 끌어내린 것은 비대위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보수층이 두터운 충청권 민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위원은 이르면 12일께 조강특위 위원 해촉에 따른 자신의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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