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손을 떨며 주소를 쓴 뒤 손가락을 움켜쥐고 탁자에 엎드렸다.

나는 주소를 집어 들고 그의 등을 다독거렸다. 그는 거친 숨을 토하며 탁자에 엎드린 채 흐느꼈다. 몸에서는 눅눅한 땀 냄새가 번져왔다.

나는 룸 쪽으로 몸을 돌리는척하다 이내 돌아서며 권총의 손잡이로 그의 후두부를 힘껏 후려 갈겼다.

그는 비명도 토하지 못하고 문어같이 그 자리에 허물어지며 탁자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선홍빛으로 물든 흰 탁자보가 함께 미끄러져 그의 얼굴을 덮었다.

나는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루스 카야 이즈바를 나왔다. 알리에크는 벤치에 앉아있다 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그곳을 나오자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따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는 연신 코를 킁킁거리며 비틀거렸다. 활줄같이 긴장된 시간을 이기지 못해 신문을 뒤집어쓰고 마약을 들이킨 것이 분명했다. 코 밑에 밀가루 같은 분말이 묻어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흥분을 삭히지 못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열기에 일그러진 몸을 곧추세우고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훔쳤다. 손수건이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나홋카 제4 아파트 단지는 항구가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서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3동 아파트는 유독 항구에 드나드는 배들을 감시하는 임무를 지닌 비밀경찰요원들의 숙소같이 항구를 응시하고 있었다.

발아래 사파이어 빛 물결이 만져질듯 내려다 보였다.

아파트는 회색빛 벽돌을 꼼꼼히 쌓아 만들었으며 다른 서민아파트 들과 마찬가지로 베란다에는 너저분하게 빨래가 걸려있었다. 주변에는 숲이 어우러졌지만 아파트를 가리지는 못했다.

우리는 숲 근처에 차를 세웠다. 하지만 난감했다. 어떻게 채린을 구출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미스터 쟝의 아파트를 나 혼자 숨어든다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아파트 안에 2명 이상이 있다면 나는 꼼짝없이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눈앞에 보일 것 같은 아내를 두고 여기서 머뭇거릴 수는 없었다. 중국계 마피아들이 언제 나를 쫓아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나는 알리에크와 함께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콧수염을 숭숭하게 기른 늙수그레한 아파트 관리인이 앉아있었다. 그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다가와 우리를 가로막았다. 깊이 패인 눈으로 나를 한참동안 훑어본 뒤 퉁명하게 말을 던졌다.

어딜 가려고 그러우?”

안녕하십니까. 5층에 사는 미스터 쟝을 만나러 왔는데, 올라가도 되겠습니까?”

나는 환심을 사기 위해 부드러운 웃음을 머금고 그에게 말을 던졌다.

미스터 쟝! 그 사람 지금 없소.”

없다니요. 아직 안 들어왔습니까?”

글쎄. 나는 모르오. 지금 집에 없다는 것밖엔…….”

그는 자신의 낡은 의자로 돌아가 앉았다. 귀찮다는 표정과 별달리 내게 들려줄 말이 없다는 태도가 엉겨있었다. 그냥 돌아가라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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