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은 새로운 시정을 시민들의 힘으로 펼치겠다고 했다. ‘대전, 새로운 시작’, 이는 선거 때 시민들이 그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시장이 된 이후 그의 시정은 새로운가? 어떤 모습에서 대전시민은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작, 이는 전 국민의 귀와 눈에 익숙하다.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모토 때문이다. 이 모토는 그 성공여부를 떠나 충분히 새롭게 느껴진다. 과거 정부와는 다른 철학(목표)과 접근방식(정책집행과 행보)과 사람(세력)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전의 새로운 시작은 그리 보이지 않는다. 과거와는 다른 철학과 접근방식, 그리고 사람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없다면 단지 수사에 불과하고, 좋은 카피의 차용에 불과한 것이다.

새로움은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지방행정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움은 ‘다름’이다. 기존과는 다름이다. 리더십 스타일의 다름이고, 공직 분위기의 다름이고, 그래서 전체적인 시정 색깔의 다름이다. 허 시장의 ‘새로운 시작’이 사람들에게 보이려면 과거 시장과는 다른 그만의 새로움이 무엇이고, 과거의 어떤 점을 바꿔 새롭게 보이겠다는 것인가, 그 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홍선기, 염홍철, 박성효, 권선택 등 과거 4명의 시장은 모두 대전시정 경험으로 가득한 기라성 같은 대전시 관선시장 또는 고위관료출신시장(이하 관료형 시장)이다. 이에 비해 허 시장은 그런 경력이 아니다. 유성구청장을 2회했지만 아무래도 그 크기가 시장과는 다르다. 그렇기에 ‘허 시장은 관료형이 아니다’는 다름에서 출발해야 한다.

관료형 시장의 틀에 갇히면 힘들어진다. 전직 시장과 견주어 이들을 염두에 두고 이들의 행정패턴을 따르고 그 안에서 이들보다 나은 평가를 받으려 하다보면 결국 답이 나오지 않는다. 

많은 부분이 경험미숙에, 이미 관료출신시장을 모시는 것에 익숙한 그 조직에서, 그들 또한 고급관료가 되고자 애쓰는 풍토에서 공무원들의 평가는 ‘뭐하는지 모르겠다’와 ‘전임자들에 비해 미숙하다’로 기울 공산이 크다. 그리고 이런 인식이 쌓이면 공무원은 다른 생각을 하고, 시장의 권위는 점점 약해지고, 일은 일상적인 것밖에 돌아가지 않는 경향이 짙다.

새로움으로 극복해나가야 한다. 그 길은 관료형이 아닌 '다름'을 살려 허 시장만의 새로운 행정운영체계와 리더십을 만들어 나가는데 있다. 이를 위해 4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첫째, 반드시 필요하되 ‘잘 할 수 있는 것을 잘하는’ 데에 우선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국무총리실에 근무하면서 경험한 이완구 총리의 스타일을 배울 필요도 있겠다. 이 총리는 총리부임 일성으로 총리의 일반적 부처관할 업무는 국무조정실장에게 위임했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 핵심사업과 대형 국정과제 등 핵심현안을 중심으로 자신의 스타일로 일을 해나갔다. 

마찬가지다. 허 시장도 일반적 시정업무는 행정부시장에 위임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자신의 대표공약 몇 개에 우선은 집중하는 것이 좋다. 거기에서 성공을 먼저 보이고 점차 성공의 접점을 넓혀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관료형 시장은 시정 모두를 꿰뚫었기에 모든 것을 장악할 수 있었다. 그렇지 못한 허 시장은 광고카피처럼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Everything is Nothing)’의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무엇보다 지방의회를 중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관료형 시장은 공무원중심의 시정을 펼친 것이 사실이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뭐하는 조직이고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시민들이 생각하는 시의회의 역할과 위상을 더욱 추락시켰다. 

게다가 현 의회는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같은 당 출신들로 구성되었기에 더더욱 관심권 밖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기에 일하는 동반자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단지 같은 당 동지들이기에 믿고 간다는 식의 무관심이 아니라 이차에 의회가 제대로 일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공적을 많이 쌓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론화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숙의민주주의 모습이나 현장방문 등 직접 주민들과의 접촉을 넓히는 직접민주주의 행보도 중요하지만 지방의회를 더욱 존중해야 한다. 지방의회가 살아야 지방자치가 산다. 그래서 대전의 지방자치를 제대로 만드는데 기여한 시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셋째, 중앙정부와의 관계강화에 배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임 대전시장들은 국회의원보다 힘이 있다는 평가를 얻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국회의원 하다가 시장되려 하는 분들도 있었고 그런 분들이 앞으로도 많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임기초반 허 시장이 왜소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허 시장은 낮은 자세로 여야 지역 국회의원들과 대전발전을 위해서라면 전략적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연이 있는 한두 명 특보 기용한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국회의원과 함께 무엇보다 지방재정을 든든하게 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한다.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지방분권강화추세에 따른 중앙발(發) 증가분에 기대지 말고 국회의원과의 협업으로 특히 지방세 세원 확충에 노력할 것을 제안한다. 전임시장 때까지는 ‘광고세’뿐인 대전시 신세원에 더하여 새로운 ‘특정자원분 지역자원시설세’를 모색하여 지방재정강화에 기여하는 길을 허 시장이 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지방재정 강화의 한 길이다.

넷째 인재를 제대로 써야 한다. 옛말에 ‘공이 있으면 상을 주고 능력이 있으면 벼슬을 주라’ 했다. 능력이 있다면 시정 밖에 두지 말기 바란다. 밖에 두려면 일로 그 사람을 찾지 마라. 그가 비선이다. 안으로 들여라. 일을 하는데 ‘늘공(일반공무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공(정무직공무원)’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 어공은 시장과의 호흡과 전문능력, 두 가지가 반드시 겸비되어야 한다. 

다소 폐쇄적인 공무원조직을 끌어가려면 개방형 체제가 활력소가 된다. 어공이 지닌 전문가로서의 식견이 늘공의 경험과 치열한 논쟁을 해야 한다. 어공이 쌓은 충성도에 바탕한 시장과의 호흡이, 다소 계층적이며 부분적 공과에 행정의 초점을 맞추는 늘공과 협업하여 책임시정을 구현해야 한다.

선거상황에서만 프레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정에도 프레임이 필요하다. 전임 관료형 리더십의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허 시장은 할 일이 별로 없다. 일에 대해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관료형 프레임을 과거의 이야기로 돌려라. 그리고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라. 새로운 철학과,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새로운 사람들의 수혈이 필요하다. 그것이 성공한 시장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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