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헌의 미소가 있는 시와 그림]

맛과 그림 1-전어구이

온통 사라지는 것들 중에서 비록 일일연속극 같은 장면으로 잠시 남았던 것들도 있었다가 바로 용량초과로 버려질 것이다.

사람이 은빛 수족관에 들어가는 산소방울처럼 북적북적 모였다가 쉬이 처음처럼 되는 것, 세상살이도 통째로 비늘과 함께 사라지는가?

“빛나게 살아라”

맛과 그림 2-포도(葡萄)

햇살이 길게 떨어지는 저녁이면 무릎을 가슴에 묻고 흔들의자에 앉아 포도 같이 행복해지는 기분, 와이너리를 생각하자. 송이송이 붙어사는 정겨운 이들을 그리워하자. 그리고 다음날 아침식사는 캠벨(Campbell) 한 송이를 안주머니에 챙겨라 그것이 감사히 사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세상은 미친 척 돌아간다. 돈 인간들이 많아서? 2003년 23,929달러에 팔린 로마네꽁티(Romanee conti)를 후하게 처 준다고 해도 매일 한 병씩 10년 이상 마셔도 남을 소주로 위장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우리들은 절벽 끝이나 일교차가 큰 곳에서 자란 것들에게 보기 흉한 애교를 부린다. 속을 보면 잔인하게.

“가까이 붙어살면 더 좋지 않겠느냐?”

시와 머그컵-Mexico

네비가 없던 시절 더 예민했던 나의 촉만 믿고,

샌디에고와 인접한 국경을 넘으면 바로 티후아나, 경계란 원래 허울,

이 선을 넘으면 빈부의 차이, 처방전 없이 파는 약국이 천지인,

금주령(Prohibition) 시절엔 합법적 음주를,

복날엔 탕을 끓이는 한국인이 신문에 올라오는,

그곳에서 갖고 온 유화가 지금도 상담실에서 웃는,

그리고 나와 같이 달동네 살던 디모도 멕시칸이

두 번째 마누라의 성숙한 10대 딸과 야반도주한 사건이 있는,

개성 공단처럼 마킬라도라가 떠오르는 짠한

그러나 순수한 사람들의 고향.

원장실의 스켈레톤 만년필- 귀한 일

열 땐- 꼭! 감사를 전하거나, 소중한 결론을 내릴 때

닫을 땐- 뿌듯한

멋스럽게 쓰이는 폼 나는 귀족.

소소한 느낌들-경포대의 달

바다를 마시러 갔다

흥분된 내 혈관처럼 감각들이 떨렸다

뜻밖의 전화처럼 반가움이 쌓였다

댓병으로 담아왔다

그런대도 질리지 않았다

자라처럼 고개를 집어넣어 그런가? 라고

이해하길 바랬다

더 이상의 음악도 없는 곳에선

밝은 정월대보름 달이 솟았다, 불끈

아직, 그럴 나이다

경포바다와 호수가 촬영중이다

놀러왔다고 처먹지만 말고 구경이라도 하라는 통에,

게걸음으로 경포대로 갔는데

그곳엔, 딸 콧구멍만한 달이 떳다

그리고, 내 마음 속의 달을 그려

카톡에 올렸다. 과거가 되었다.


송선헌 원장.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 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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