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내포신도시 충남도청. 자료사진.
내포신도시 충남도청. 자료사진.

‘파킨슨 법칙’이라는 게 있다. 영국의 노스코트 파킨슨이란 학자가 밝혀낸 이론이다. 공무원 수는 업무량과 관계없이 증가한다는 것이 요지다. 파킨슨이 2차대전 당시 영국신민성 행정직원의 수를 파악해 보니 이런 현상이 확인됐다. 1914년부터 1928년까지 해군장병과 군함의 수는 줄었으나 같은 기간 동안 해군부대에 근무하는 공무원 수는 되레 80%나 늘었다.

업무량과 무관하게 늘어나는 공무원 수

공무원 수가 업무량과는 무관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이 기발한 발견은 아니다. 공무원은 개인 돈으로 월급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거리와 상관없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동양권 국가에서도 이런 일이 자주 나타났다. 시간이 흐르면 관원이 늘어나 놀고먹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용관(冗官·쓸모없는 공무원)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곤 했다.

관료조직에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충남도는 조직개편을 하면서 정원을 42명 늘렸다. 저출산과 고령화 업무에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42명 전부가 꼭 필요한 인력인지는 알 수 없다. 과연 파킨슨 법칙과 무관한 증원일까?

파킨슨은 업무량과 무관하게 공무원 수가 늘어나는 원인을 관료조직의 내부 특성에서 찾아냈다. 공무원이 과중한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 경쟁 관계에 있는 동료에게 부탁하지 않고 부하직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하며, 이렇게 해서 늘어난 부하직원들과 문서를 주고받으며 서로 일거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요즘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뤄지는 증원은 ‘엽관제(獵官制)’로 설명해야 되는 경우도 많다. 선거에서 이긴 쪽이 공무원 자리를 차지하는 제도다. 미국의 초창기 공무원 시스템이었다. 우리는 엽관제는 아니지만, 선거에서 뽑힌 벼슬아치들은 어떻게든 자리를 ‘사냥해서’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 보답해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면 자리를 새로 만들거나 빼앗아서라도 챙겨주려 한다. 

엽관제도 ‘용관(冗官) 공무원’ 증가 요인

지방자치단체와 산하 기관단체에서 자주 목격되는 조직의 신·증설이나 증원 배경의 상당수는 여기에 해당된다. 이번 증원에 대해 충남도는 “자리 늘리기는 아니다”고 말하고 있지만, 파킨슨 법칙과 엽관제적 동기에서 자유로운지는 의문이다. ‘증원 잔치’에는 도의회도 덤볐다. 도의장은 도지사에게 사무처에도 고위직 한 자리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번엔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임기 중에는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지방의회 사무처의 사정을 잘 아는 한 분은, 도의회의 증원 요구 기사를 보고 이런 말을 했다. “의회사무처는 본청(집행부) 공무원들이 쉬러 오는 곳으로 여길 정도이니 바쁜 곳은 아니다. 현재 인력으로도 부족하지 않다. 일본 지방의회 사무처는 우리 지방의회의 절반도 안 된다. 도의회의 증원 요청은 업무 때문이 아니라 승진 자리 만드는 게 목적일 것이다.”

도의회 사무처 직원들이 파킨슨 법칙에 따라 의장에게 증원을 부탁하고, 의장이 나서 도지사에게 증원 로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고위직 증원에는 실패했지만 하위직은 늘렸다. 의회사무처처럼 한가한 조직에서조차 한 자리 늘려달라고 아우성이니 충남도의 증원은 파킨슨 법칙을 피해가지 못한 게 분명하다.

공무원 증원을 부정적으로만 보긴 어렵다. 도민의 살림을 제대로 하는 데 필요한 인력이라면 탓할 수 없다. 증원은 실업자를 그 만큼 줄이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증원에 소요되는 예산이 국민과 도민의 땀으로 100% 충당된다는 점에서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는 필요없는 데도 일부러 자리를 만들어서, 내 사람, 내 부서 챙기는 데 써선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관료조직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 그래도 인사권을 가진 조직의 수장(首長)이 다르면 그 정도가 덜 하고, 세금 낭비도 적을 것이다. 반대로 그저 그런 시.도지사, 그저 그런 시장 군수 구청장들이 이끄는 조직에선 ‘파킨슨 법칙’이 너무나 잘 들어맞고, 엽관제의 탐욕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돼 있다. 지금 충남도지사는 어느 쪽인가?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