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갑 중구청장 공약사업, 구의회 반대로 제동
구의회 행자위 “행정절차 어겼다” 심의 부결 
투자심사 적절성 도마 위, 사업추진 난항 예고

'독립운동가 거리 홍보관' 건립 예정지 모습. 대전 중구는 해당 건물을 매입한 뒤 주변 공원과 주차장 등을 연계해 홍보관을 건설할 예정이다.
'독립운동가 거리 홍보관' 건립 예정지 모습. 대전 중구는 해당 건물을 매입한 뒤 주변 공원과 주차장 등을 연계해 홍보관을 건설할 예정이다.

대전 중구가 자체예산 44억 원을 들여 박용갑 구청장 공약사업인 ‘독립운동가 거리 홍보관(이하 홍보관)’을 건립하려하자 구의회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논란의 핵심은 지방재정법에 따른 투자심사를 적절하게 거쳤는지 여부다. 

25일 중구의회 김연수 부의장 등 행정자치위원들은 지난 19일 공유재산관리계획안 부결과 관련해 비판여론이 일자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연수 부의장은 “홍보관 건립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투자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투자심사를 받지 않았으므로 사전절차가 결여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부결이유를 밝혔다. 앞서 구의회 행자위는 중기지방재정계획에 홍보관 건립사업이 포함되지 않았고, 사업 내용 자체도 부실하다며 두 차례 안건을 부결시킨 바 있다. 

이 같은 구의원들의 결정에 자유한국당 의원 주장에 일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이 동참하는 등 정치적 이유로 자치구 사업에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일었다. 구청장 공약사업에 같은 당 의원들이 제동을 건 것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기도 했다. 

구의회 행정자치위원회 5명의 의원 중 자유한국당 김연수, 김옥향 의원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옥진, 안선영 의원이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구의회 결정에 대한 반발은 의외로 거셌다. 주변 상인들이 중구의회 비난 현수막을 게시하는가 하면, 허현 광복회 대전지부 중구 지회장은 24일 성명을 통해 “구의회가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협조하지 않을 경우, 해당 의원들의 퇴진과 독립운동가 거리 홍보관 건립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워 나가겠다”고 의원들을 압박했다. 

집행기관인 중구는 적절한 행정절차를 거쳤으며,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이 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구 예산부서 관계자는 “사업비 조정에 따라 3차례 자체 투자심사를 거쳤다”며 “투자심사를 받지 않았다는 의원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실무책임자인 이병석 도시활성화 과장은 “옛 충남도청 주변에 산재한 역사자원인 도청사, 대전형무소, 영렬탑, 충남지사 관사촌 등과 연계해 거리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중요한 원도심 활성화 사업”이라며 “역사자료 전시실과 영상실, 창작실, 어린이 도서관과 북카페까지 함께 들어서는 역사체험시설이자 주민복합시설”이라고 설명했다. 

핵심논란은 이 시설을 명칭 그대로 홍보관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문화시설로 볼 것이냐, 그도 아니면 자치구 자체 신규투자사업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지방재정 투자사업 심의기준에 따르면, 자치구가 5억 원 이상의 홍보관을 건립하려면 상급기관인 대전시 또는 중앙 투자심사를 받아야 한다. 자치구들이 경쟁적으로 홍보관 건립에 나서면서 심의기준이 강화된 결과다. 또한 사업비 20억 원 이상의 문화체육시설을 건립하려 해도 대전시 투자심사를 받도록 돼 있다. 다만 20억 원 이상 자체 재원으로 추진하는 신규 투자사업은 자체 심의만 거쳐도 무방하다. 

‘독립운동가 거리 홍보관’은 자체예산 44억 원을 투입하는 사업으로 당연히 대전시 투자심사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명칭 자체가 홍보관이고 시설의 성격은 문화시설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구는 3차례 자체 투자심사만 거쳤다.

중구는 법률이 정하는 기준을 어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방재정 투자심사 매뉴얼에 따르면, 홍보관은 ‘역사적 유물 또는 인물이 아닌 어떤 사실이나 제품 따위를 알리기 위해 설치하는 시설물’이고 문화체육시설은 건축법이 아닌 문화예술진흥법 규정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는 것. 중구는 이 같은 해석에 따라 이번 사업계획은 자체 심사대상이라고 봤다. 

결국 절차적 정당성 논란은 상급기관인 대전시 판단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건립계획에 표현된 문구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내용물이 채워지는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행안부에 해석을 의뢰해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시가 자치구 자체 투자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중구는 대전시 투자심사를 다시 받아야한다. 이 경우 사업진척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한편 중구 계획에 따르면, 홍보관은 선화동 367-19번지 외 2필지에 552㎡ 규모로 2020년까지 건설될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44억 원이 필요하지만 이미 13억 5000만 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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