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대체인력 부족에 재택근무, 휴가자 33% 급여 삭감

민주노총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이 카이스트 비정규직을 상대로 실시한 '출산휴가 설문조사 결과보고서'. 민중당 김종훈 국회의원실 제공
민주노총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이 카이스트 비정규직을 상대로 실시한 '출산휴가 설문조사 결과보고서'. 민중당 김종훈 국회의원실 제공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KAIST)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연구원들이 출산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종훈 의원(민중당. 울산 동구)에 따르면 카이스트 내 비정규직은 1854명(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2018 2/4분기 기준)이며, 이중 여성이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연구노동자의 경우 기본적인 노동권인 출산 휴가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산 휴가는 근로기준법상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여성근로자는 근로계약의 형태(정규직, 비정규직 등)와 관계없이 누구든지 청구해 사용할 수 있다. 분만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출산일 전후로 90일간 휴가를 받을 수 있으며, 출산 전후 휴가기간은 출산 후에 반드시 45일 이상 되어야 한다.

카이스트는 출산휴가를 100% 보장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김 의원 주장이다.

김 의원은 “비정규직 연구노동자는 출산 휴가를 내려고 해도 대체인력을 배정받지 못해 현실적으로 출산휴가를 활용하지 못하는 있는 형편”이라며 “이유는 비정규직 연구노동자 인건비를 교수 개인과제 연구비에서 부담하게 하는 전근대적인 임금지급 체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민주노총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이 카이스트 비정규직을 상대로 실시한 ‘출산휴가 설문조사 결과보고서(2018.10)’에 따르면 비정규직 연구노동자 33.3%는 출산휴가를 받은 뒤 급여가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39.3%는 휴가 중 집에서 일 했고, 응답자 절반은 대체인력 인건비를 출산휴가자 본인 인건비에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이스트에서 10여년 비정규직으로 일했다는 한 연구노동자는 김 의원실에 “3년차 때 재직 중 임신했고, 임신 사실을 교수에게 말했다. 하지만 3개월 출산휴가는 가능하지만 인건비 때문에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옆 직원에게 급한 업무를 부탁하고 재택근무를 하며 나머지 일은 출산휴가 후 하는 방법으로 권유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업무 부담과 또 다른 직원들에게 심적 부담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마음에 퇴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생계 때문에 1년 후 재입사 했을 때 동일 업무를 하는 데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초임 연봉으로 고용계약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정부는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국책연구기관인 카이스트는 사실상 ‘출산억제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카이스트는 여성 연구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권이라 할 수 있는 출산휴가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카이스트는 재원 부족 문제를 들어 대체인력 인건비를 교수들에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직접 대체인력 인건비를 지원해야 한다”며 “대체인력 확보도 출산휴가를 신청하는 연구 노동자들이 아니라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세계 일류라는 카이스트 비정규직 연구노동자 관리시스템은 전근대적인 삼류 수준이다”고 지적하며 “카이스트는 이번 국감을 계기로 비정규직 연구노동자 실태조사를 한 다음 연구 노동자 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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