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드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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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달린 승용차는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나홋카 시내로 접어들었다.

나홋카는 항구 도시였지만 도로가 산 중턱을 휘감았다. 가파른 언덕 아래로 회색빛 아파트가 촘촘하게 좁은 공간을 비집고 서 있었다. 구불구불 하게 난 도로는 그 아파트 머리 위를 지났다. 도시 전체가 항구에 발을 들이밀지 않고서는 행세를 하지 못할 것처럼 작은 만을 사이에 두고 빽빽하게 몰려 있었다. 건물들은 장날 알량한 약을 팔고 있는 약장사의 값싼 잔재주를 보기위해 몰려든 구경꾼들 같았다. 크고 작은 키를 재며 서로 먼저 항구를 내려다보려고 고개를 뺐다.

이런 모양을 제외하고는 파란 항구를 가운데 두고 사람들이 질긴 삶을 이어가는 모습은 여느 항구 도시와 다를 구석이 없었다.

나홋카. 이 환상의 항구도시가 왜 내게는 아픔의 자국으로 다가서는 걸까.’

사파이어 빛으로 아름다운 저 항구의 아련한 추억이 나를 사로잡았다. 불과 4년 전이었다. 이곳을 잠시 들린 뒤 항구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다시 이곳에 올 것을 스스로에게 약속했었다. 그것은 약속이라기보다 바람이었다. 다시 이곳에 왔으면 하는 막연한 희망이었다. 그 욕심이 아내의 실종이란 모습으로 나를 이곳에 끌어들이고 있었다.

사파이어 빛 항구의 물빛이 아픔으로 나를 그리워했던 걸까.’

제기랄

아내는 빤히 내려다보이는 도시 한편에서 항구를 내려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지금 내가 내려다보고 있는 저 작은 배를 지켜보며 집에 돌아 갈 날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시청과 같은 구역에 있는 나홋카 호텔로 들어가 우수리스크에 있는 세르게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곳은 알렉세이나 빅또르 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 못한 곳이기에 세르게이의 도움이 절실했다.

하지만 전화 속에서 들려온 그의 대답은 기대와 달랐다. 그는 우수리스크에서 나홋카까지 상당한 거리가 있어 자신들의 조직원들이 이곳까지 장악치는 못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게다가 나홋카의 조직원들은 우수리스크의 조직이 들어오는 것을 달갑잖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일깨웠다. 나홋카는 나름대로의 자생조직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양해 없이 이곳에 우수리스크의 조직원들을 파견 한다면 그것은 그들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또 나홋카는 우수리스크나 블라디보스토크같이 중국계 마피아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었다. 이곳은 그런 측면에서는 나름대로의 질서와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중국계나 러시아계가 큰 마찰 없이 지내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을 지원 한다는 것은 더욱 곤란하다고 털어놓았다.

만약 자신이 이곳 조직원들에게 나의 계획을 돕도록 한다면 그것은 중국계 마피아들에게 사전 대비를 하도록 정보를 흘려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끝으로 이곳 마피아들에게까지 내 행동이 알려졌다는 것을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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