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머리가 쑤셨다. 나는 알리에크에게 조찬을 시키도록 한 뒤 그가 조찬을 드는 동안 우유만으로 속을 채웠다. 입이 거북스러워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조찬이 끝나는 대로 나홋카에 갈 계획으로 나는 간단하게 채비를 챙겼다. 그때 따냐가 왔다. 그녀는 내가 짐을 챙기는 동안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서 있었다. 그러다 내가 거의 채비를 끝냈다고 생각했을 때쯤 핸드백을 열고 권총을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권총을 받아 등허리에 차고 알리에크를 따냐에게 소개했다.

그녀는 간단하게 목례를 한 뒤 내게 돌팔매질을 하듯 말을 던졌다.

장 기자님 오늘 어디를 가신다고요?”

나홋카.”

안되요. 너무 위험해요. 몸도 성치 않은데 어떻게 가려고 그러는 거예요. 다음에 가도록 하세요.”

그녀는 다부지게 내 앞을 가로 막았다.

이 사람에게도 나홋카 가는 것을 알렸나요.”

지금 말하고 있잖아요.”

그러자 그녀는 기습적으로 알리에크에게 내 계획을 얘기했다. 물론 자신의 신변 역시 안전하게 보호 받을 수 없다는 것도 그녀가 나의 앞을 가로 막는 하나의 이유였다.

그녀의 말을 들은 알리에크는 크게 놀라며 펄쩍 뛰었다.

나홋카에 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더구나 그곳은 우리 지역이 아닙니다. 그곳에는 다른 패밀리가 있어요. 그들과 사전에 협의를 해야 합니다. 만약 그곳에 간다 해도 사전에 알렉세이에게 보고를 해야 합니다. 중국계아이들을 그렇게 가볍게 봐서는 곤란합니다.”

나는 난감했다. 나홋카에 가기 전에 그들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나를 피곤하게 했다.

채린이 다른 곳으로 끌려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은 내게 또 하나의 짐이었다.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따냐. 지금 그곳에 가지 않으면 채린을 영원히 찾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벌써 연락을 취했을 겁니다. 이미 사흘이 지났잖아요. 보복이 채린을 더욱 난처하게 할지도 몰라요. 지금 가야 합니다.”

나는 고집을 피웠다. 하지만 그것은 내 생각일 뿐 그들이 들어주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없는 고집에 불과했다. 따냐와 알리에크는 막무가내였다. 도리어 따냐는 내게 간청 했다.

장 기자님 몸이라도 완쾌되면 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도와드릴 수가 없어요. 이런 생각은 알리에크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제발 부탁이에요.”

그녀의 엷은 갈색 눈에는 무거운 짐을 끌고 언덕을 오르는 늙은 황소의 고집이 엉겨있었다.

사실 나는 알리에크나 따냐없이 혼자서 그곳에 갈 수는 없었다. 운전도 그렇지만 그곳 지리를 손바닥 보듯 정확하게 파악치 못하면서 혼자라도 가겠다고 고집을 피울 수는 없었다. 알리에크 역시 나무토막같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는 이들을 설득하는데 이틀의 시간을 소비했다. 밤이면 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꼬박 이들의 비위를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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