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첫 공론화에 보내는 제언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추진을 두고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는 시민단체 모습. 자료사진.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추진을 두고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는 시민단체 모습. 자료사진.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과 관련한 대전시의 공론화 과정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론화 이후, 갈등이 심각하거나 사회적 쟁점이 되는 현안의 해결 기제로 공론화 절차의 효용성에 대한 인식과 활용이 증가하면서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공론화의 진행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으며 그 원칙이 무너질 때, 이전보다 심각한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공론화 원칙은 객관성·공정성·중립성·투명성을 이야기하고 있고 더 포괄적 측면에서는 대표성과, 숙의성, 포괄성, 공정성, 투명성, 자발성이라는 원칙을 내세우게 된다.

공론화의 기획, 운영과 절차별(의제선정, 숙의, 결과공표) 주요 사안에 관한 결정과 자문을 위해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되며 공론화위원회의 설계와 관리 속에 그 과정이 진행된다.
 
공론화 과정은 일반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1차 숙의를 통해 의제에 대한 양측의 견해를 듣고 이와 관련한 질문 등을 통해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게 된다.

이후 1차 숙의 결과에 대한 분류와 온라인 참여단의 의견수렴, 2차 숙의에 대해 전문가 검토를 거쳐 2차 숙의를 진행하며 이곳에서 관련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이를 의뢰기관에 권고하는 것으로 그 과정을 마치게 된다.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토론과 합의이며 토론과 합의가 전제되지 않을 때 과정 전반에 대한 신뢰성을 상실하게 되고 그 결과 또한 갈등의 요소로 변할 수 있다. 토론과 합의는 공론화 과정뿐 아니라 준비 과정 또한 동일하게 지켜져야 하는 기본 원칙이다.

이런 원칙 속에서 월평공원 숙의 공론화를 생각해 봐야 한다.

첫 번째로 공론화위원회는 일반적 위원회와 다르게, 사업의 기획·관리에서 독립적이어야 하며, 구성 또한 기존의 공론화 과정 경험자나 갈등문제 전문가 등이 필연적으로 참석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번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의 구성 면면을 볼 때 공론화 경험이나 갈등문제 전문가의 참여가 매우 제한적이다. 때문에 이런 구성을 통해 월평공원 공론화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공론화 과정을 실제 진행하는 주체의 경험이나 노하우 등 역량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나라의 숙의 공론화 진행에 있어 대표적 단체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경험이 있다”라는 이유로 계약을 체결해 현재의 과정을 진행 중인 단체가 그만한 역량과 경험이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대전시가 이번 계약 주체의 타당성을 얻기 위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의 진행’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사업의 진행 주체는 이번 계약단체와 이름이 유사한 “한국사회갈등 해소센터”이다.

세 번째로 살펴보아야 하는 부분은 숙의 과정에 참여할 시민 패널의 선정문제이다. 시민 패널의 선정은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보는 부분으로 객관성과 대표성을 담보하여야 한다. 

패널의 대표성 담보 문제와 관련, 전국의 숙의 공론화 과정에서는 유선전화뿐 아니라 무선전화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패널을 선정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월평공원 민간특례 공론화위원회는 시간과 예산 등의 이유를 내세워 이를 거부하고 이해당사자의 동의 없이 유선전화 응답자만을 대상으로 패널을 선정했다. 더구나 일부 패널의 경우 SNS 홍보문자를 통해 패널을 구성해 대표성을 훼손시켰고 주민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가 공론화 과정을 거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네 번째로 숙의 공론화 진행 이전에 사전 합의해야 하는 여러 사안들에 대하여 합의는 물론 협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해 절차적 정당성마저 상실했다.

이번 공론화는 사안의 속성상 찬·반 양측이 입장을 조율하고 합의한 이후 진행해야 함에도 계획된 시간에 쫓겨 과정을 생략한 채 진행한 것이다.

예를 들어 ‘월평공원 특례사업과 관련한 시민패널 숙의단의 권고안에 대한 의사결정 방법은 무엇인가?’ 등이 사전에 논의되었어야 함에도 1차 숙의가 끝난 지금까지도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시민 참여 방식의 공론화는 갈등을 해소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내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시간에 쫓겨 급하게 접근해 지역 내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킨 것이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점은 공론화 과정이 이처럼 파행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부분적·임시방편적·편법적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려고만 한다는데 있다.

기초가 부실한 건물 공사에서 인테리어를 아무리 잘하더라도 건물 자체가 안전하지 못한 것처럼 공론화과정 또한 애초의 설계가 잘못되었다면 이를 처음부터 바로 잡아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고 진행하는 현재의 공론화는 무엇을 위한 공론화 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번 공론화 추진 예산과 관련된 부분이다.

김주홍 대전경실련 집행위원
김주홍 대전경실련 집행위원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진행의 어려움과 관련해 사업예산의 부족을 들고 있는데 실제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었던 예산에 비해 턱 없이 적은 예산으로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패널선정의 문제 등에서 현재의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올바른 공론화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예산이 편성되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사업들이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본래의 계약을 벗어나는 사업이 추가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예산이 집행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월평공원 공론화는 대전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숙의 공론화로 그 과정과 결과에 따라 이후 지역의 공론화 문화가 결정될 것이다.

시간과 예산이 조금 더 들더라도 제대로 된 과정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정과 절차 그리고 협의와 합의를 이뤄내는 그 과정이 공론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한 일방적 공론화 과정의 진행은 이번 공론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지역 내 갈등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는 또 다른 갈등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전시와 공론화위원회의 현명한 정책적 판단과 결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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