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시장 취임 100일, 공론화(公論化) 아닌 공론화(空論化) 선물 
[특별기고] 도솔산 대규모아파트 건설 저지를 위한 갈마동 주민대책위원장

허태정 대전시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동안 허태정 대전시장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있었는데, 취임 100일에 월평공원공론화가 대전 시민들에게 큰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세상은  바뀌었다지만 주민과 시민들은 여전히 대전시의 주인이 아니었다. 그냥 무시해도 되는 존재들로 생각하나보다. 주인 노릇을 제대로 못하니 이런 설움을 받는다면 할 말은 없다. 

허태정 시장은 늘 시민들과 소통을 강조하면서 시정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그중의 약속 하나가 ‘월평공원공론화위원회’이다. 월평공원민간특례사업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니 시민들의 대표를 공정하게 선정하여 숙의하고 토론하는 공론화를 통하여 도출된 최종안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대전시와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추진 중에 있던 민관협의체가 있었지만, 주민·시민대책위원회에 한 마디 말도 없이 허태정 대전시장이 파기했을 때도 참았다. 월평공원민간특례사업을 대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월평공원(도솔산)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평공원공론화위원회는 출범 기자회견부터 이상했다. 이해당사자들과 아직 만나지도 않고, 협의도 안 했는데, 10월말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한 것이다. 이처럼 대전시 공론화는 마치는 시간을 정해놓고 시작됐다. 10월말까지 왜, 공론화가 끝나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설명도 없이 말이다.

전체 일정이 촉박할 수밖에 없었다. 주민·시민대책위원회는 전체 일정 조정을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월평공원공론화위원회 김영호 위원장은 출범 기자회견에서 “위원회의 성공 요인은 수용성과 절차의 정의에 있다. 결과 보다는 공론화 단계에서 임무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중립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고, 절차적 정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이것은 빈말에 불과했다.

공론화의 핵심은 시민참여단의 숙의와 토론에 있다. 그들이 최종안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명 시민참여단의 모집방법이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이다. 공론화위원회에서는 집전화조사방법만을 고집하여, 공정성과 대표성에 문제가 있고, 이후 수용성도 어려울 수 있으니 유·무선(재난안내문자) 혼용을 제안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민참여단의 모집방법을 보면 누가, 왜, 어떤 목적으로 모집하는지에 대한 정보들이 부실하고, 이른바 ‘알바생’을 급하게 구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사례들이 속출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2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시민참여단 200명이 각자의 의사가 아닌 시민 대표로서 공론을 모을 수 있게 전 과정을 적극 홍보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주민·시민대책위원회는 공론화위원장에게 ‘협의’도 없이 일방으로 진행하는 시민참여단 모집을 중단하고, 시민참여단 모집부터 현장방문 계획, 숙의토론회 과정, 최종안 도출방법, 어떤 방법으로 수용성을 결정할 것인지 등의 논의를 하자고 간곡하게 호소하였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민·시민대책위원회는 최소한의 민주적인 절차도 지키지 않는 공론화위원회에 들러리 설 수 없다고 판단하여 지난 6일 1차 숙의토론회에 참여할 수 없음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주민·시민대책위원회가 대표성과 공정성을 갖는 공론화를 요청했으나 그에 대한 답은, 대전시가 단독으로 숙의토론회를 진행한 것이다.
 
‘절차적 정당성’을 공론화위원회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고, 월평공원 사례를 전국 모범 사례로 만들겠다는 대전시 공론화위원회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대전시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공론화를 하고 있다. 월평공원민간특례사업의 찬반 주체의 주민·시민 없이 용역업체와 대전시가 나서서 월평공원공론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대표성과 공정성, 중립성, 수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공론화라고 부를 수 있는지 시민들은 판단할 것이다. 또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강행할 수밖에 없는 속내는 무엇인지도 시민들은 따져 물을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허태정 시장에게 있음도 시민들은 알고 있다. 
 
월평공원특례사업은 대전의 허파인 월평공원(도솔산)에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하겠다는 것이다. 자연유산인 도솔산은 경제적인 가치로 따져보아도 토지매입비 895억보다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폭염에 미세먼지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 도시 숲 아닌가? 또한 미래 세대들의 삶과 생명의 터전이다. 

이토록 소중한 월평공원의 미래를 좌우하는 공론화가  ‘절차적 정당성과 정의’도 없이 마구잡이로 진행되어서야 되겠는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허태정 대전 시장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당신에게 그런 권력을 위임한 적이 없는데, 어찌 최소한의 민주적인 절차도 존중하지 않는가? 

민선 7기 100일 각오로 허태정 대전시장은 5일 직장교육 '10월 공감누리'에서 시민에게 인정받는 대전 시정 만들기를 강조했다. 그 첫 작품으로 보여준 ‘월평공원공론화’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공론화(空論化)로 대전 시민들이 인정할 것 같다. 

주인 노릇을 제대로 못하니 이런 설움을 받는다면 할 말은 없다. 다시 촛불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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