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마피아 들을 몰아내는데 나를 끌어들일 심산일까.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그가 내게 호의를 보이며 권총을 선뜻 내준 것도 그런 의도일 수 있다. 내가 중국계 마피아들에게 피살된다 해도 그는 손해 볼 것이 없다. 대신 내가 그들에게 치명상을 입힌다면 그는 앉아서 그만큼의 영역을 넓히는 셈이 된다. 또 채린을 찾도록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한국 영사관과도 돈독을 꾀해 각종 상거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치의 손해 없이 땅을 넓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의 도움을 외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도움을 받지 않는 다면 현실적으로 채린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알리에크에게 왜 이곳에 왔는지에 대해 다그쳤다. 그는 여전히 내가 겨누고 있던 총구를 의식한 탓인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내 신변 보호를 알렉세이에게 지시 받았다고 더듬거렸다.

나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한시도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천천히 알렉세이에게 전화를 걸라고 지시했다. 만약 허튼 수작을 쓴다면 중국계 마피아들과 같이 반죽음을 만들어 주거나 아예 머리에 바람구멍을 뚫어 주겠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그 역시 사흘 전에 내가 중국계 마피아들에게 행한 잔인한 행동을 알고 있다는 눈치였다.

나는 그에게 전화 다이얼을 돌리도록 시켰다. 그리고는 내가 수화기를 들었다. 신호음이 잠시 들린 뒤 중년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렉세이를 바꾸어 달라고 말했다. 그제야 알렉세이가 전화를 받았다. 나는 불쾌했다. 사전에 나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내게 사람을 보냈다는 그 자체가 나를 언짢게 했다.

안녕하세요. 알렉세이. 그런데 어쩐 일로 사람을 보내셨나요?”

나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 선생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소. 중국계 아이들이 당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할 거요. 우수리스크에서 있은 그 일 이후 그들이 선생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소. 당분간은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런데 이자의 이름은…….”

알리에크란 아이요. 몸은 그래도 보기보다 대담하고 강할 거요. 선생을 보호 하는 데는 손색이 없을 거외다. 중국계 아이들의 접근은 우리도 막겠지만 선생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거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알렉세이의 설명과는 달리 어눌한 애송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덩치도 덩치지만 어느 구석에서도 민첩함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알렉세이가 내 신변보호를 위해 보냈다는 말로 위안삼기로 했다. 권총의 자물쇠를 잠근 채 그에게 돌려주었다.

나는 말없이 침대에 누웠다. 피로가 산그늘 같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다음날 늦은 아침이 되서야 따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자신에게 말 한마디 없이 언제 집을 빠져나갔느냐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나는 무뚝뚝하게 오늘은 나를 도울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이 행동할 동료가 생겨 그렇다고 간단히 설명했다. 오늘은 나홋카에 갈 계획이라고 말해주었다. 평소 같았으면 소상히 계획을 말했겠지만 그것마저 귀찮았다. 다만 승용차 조수석 아래에 묻어 두었던 권총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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