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박정현 부여군수, 공격적 국비 확보 마케팅 돋보여

박정현(오른쪽 맨 위) 부여군수가 지난 4일 국회를 방문해 박수현(왼쪽 맨 위) 국회의장 비서실장과 지역 예산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부여군 제공
박정현(오른쪽 맨 위) 부여군수가 지난 4일 국회를 방문해 박수현(왼쪽 맨 위) 국회의장 비서실장과 지역 예산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부여군 제공

흔히 ‘국비 확보’라고 하면 지역 국회의원이나 광역 자치단체장 전유물로 인식된다. 상대적으로 하위영역인 기초 자치단체장은 두 집단이 확보한 예산을 ‘받아쓰는’ 행정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 보니 기초단체장 행보라는 것은 동네 행사에 나가 악수하고 인사말이나 하는 의례적 의전이나 받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 한 기초단체장은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공격적인 국비 확보 마케팅을 보여주고 있어 소개할 만하다.

인구 7만 안 되는 시골 3개월차 군수, 국회 찾는 이유
시대정신 따라 ‘정치적 쇼맨십’도 달라져야

박정현(54) 충남 부여군수 이야기다. 그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60년 보수의 아성이라 불리던 부여에서 민주당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됐다. 7월 취임 이후 3개월여, 그의 행보는 ‘광폭’이다. 국회를 오르내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며 발품을 파는 모습이 유독 돋보인다.

물론, 누군가는 군수 역시 선출직이란 점에서 ‘다음(차기)’를 염두에 둔 ‘정치적 쇼맨십’으로 평가 절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행보가 설령 ‘보여주기’라 해도 대놓고 비난할 순 없을 것이다. 충남 15개 시‧군 기초단체장 가운데 그만한 ‘쇼(show)’를 할 줄 아는 이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인구 7만이 채 안 되는 초선 시골 군수가 보여주고 있는 국비 확보 노력은 그래서 박수 받을 만하다.

충남도 정무부지사와 민주당 충남도당 대변인을 하며 체득한 정치적 감각(센스)이 군정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있을 것이다. 다만, 3개월 차 초보 군수가 재선, 3선 시장‧군수도 엄두내지 못하는 국회 문턱을 넘나드는 일은 단순히 정치적 감각으로만 해석할 순 없다.

박 군수는 지난 4일 지역 주요역점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국회를 방문했다.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재정이 열악한 농촌지역 자치단체의 경우 국비 확보는 자치단체의 효율적인 재정운영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선7기 출범 이후 군정이 정착돼가는 만큼 이제부터는 중앙부처, 국회 등을 수시로 방문해 발로 뛰며 정부 예산 확보에 전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 영역에 광역과 기초 따로 없어
충남 기초단체장, ‘박정현식 행보’ 타산지석 삼아야

박 군수는 국회를 찾을 때마다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도 갖는다. 간담회를 통해 소도시가 직면한 현안과 이를 풀려는 단체장으로서 어려움을 토로하며 협조를 구한다. 이런 행위들은 ‘소통’으로 이어진다.

지역 주민들이 시장‧군수를 뽑았을 땐 ‘내가 사는 동네와 나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들은 주민들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21세기를 사는 주민들은 동네 행사장을 찾는 시장‧군수보다 국회를 찾아 ‘열일’하는 시장‧군수를 더 원할지 모른다.

비록 기초 단위 정부라 해도 시장‧군수는 엄연한 ‘자치단체의 장(長)’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그들은 국회든 기획재정부든, 충남도든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책무가 있다. 그것이 곧 ‘지방자치’요, 지방분권을 앞둔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다.

정치 영역에서 국비 확보에 여야가 따로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치 영역에도 광역과 기초는 따로 있을 수 없다. 때문에 취임 100일을 맞는 민선 7기 충남 시장‧군수들에게 부여군수 행보는 타산지석으로 삼기 충분하다. 50대 젊은 시골 군수 역시 초심을 잃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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