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마피아의 조직원, 아니면 세르게이의 하수인, 누굴까, 가능성이 있다면 중국계 마피아의 하수인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거점을 두고 있는 조직원일까. 내가 우수리스크에서 돌아오는 즉시 납치한 뒤 살해하라는 비밀 지령을 받았을 지도 몰라.’

의심할 것이 없었다. 그가 중국계 마피아의 하수인이 아니라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한 손으로 담배를 빼물고 성냥을 그었다.

그러자 희미하던 방 안이 순간적으로 밝게 피어오른 뒤 이내 어둠속에 녹아들었다.

그가 두 다리를 쭉 뻗으며 몸을 돌아 눕혔다. 나는 내심 뛰는 가슴을 억제하며 담배 연기를 빨아 들였다. 그는 얼굴에 살이 디룩디룩 붙은 것이 자신의 팔에 달라붙은 모기 한 마리 제대로 잡지 못할 만큼 둔해 보였다. 입가에는 침이 흘러 나와 있었고 헤프게 벌어진 입이 숨을 들이킬 때마다 실룩거렸다. 늘 헛배가 불러있을 것 같은 뱃살이 느슨한 혁대 사이로 비어져 나왔다. 팔뚝에는 여느 마피아들과 같이 잉크 빛 사마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다른 팔에는 주사바늘 자국이 땀땀이 찍혀 있었다. 나는 이 자가 마약을 가까이 해본 경험이 있거나 최근까지 그런 일을 되풀이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리에서 뒤척이다 머리맡에 두었던 권총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그제야 몸을 부스스 일으켰다.

그러다 어둠속에 앉아있던 나를 발견하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뚱뚱한 몸이 공처럼 튀어 올랐다. 들이킨 숨을 내뱉지도 못한 채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내가 도리어 그의 낯선 행동에 놀라 자칫 방아쇠를 당길 뻔 했다.

그는 내 눈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며 촛점을 맞추듯 동공에 힘을 주고 그렇게 잠시 앉아 있었다.

내가 소리 없이 방에 들어와 있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한손으로 불을 켜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짧게 물었다.

누구냐?”

그러자 그는 호텔바닥에 쿵하는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 방 전체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내가 시키기도 전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말없이 부르르 떨었다. 바지가 흘러 내렸지만 그것을 챙길 겨를도 갖지 못했다.

누구냐니까?”

다그쳤다.

알알리에크, 빅빅토르 알리에크.”

그는 말을 더듬었다.

내가 미동도 하지 않고 그의 눈을 주시하자 그는 소름이 끼치는 듯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체구는 내 몸의 두 배는 될 것 같았다. 허리둘레가 족히 45인치는 더 되어 보였다. 하지만 나이는 어렸다. 넉넉잡아도 스물다섯을 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나이를 묻자 그는 스물두 살이라고 말했다. 애송이였다. 시쳇말로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녀석이었다.

누가 시켜서 왔어, 중국계 마피아?”

나는 총구를 그의 눈앞에 바싹 들이대고 말했다.

아니오. 알렉세이가 시켜서.......”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알렉세이가 왜 내게 이런 애송이를 보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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