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지도
방콕 지도

태국여행을 떠난 한국인 관광객들이라면 싫건 좋건 방콕에 있는 세계 최대의 레스토랑 로얄 드래곤(Royal Dragon)을 한번쯤은 들렀을 것이다. 패키지여행이라면 가이드의 안내로, 자유여행객이라고 한다면 미리 검색해본 맛집의 명성에 호기심을 갖고 찾아가게 되지만, 기네스북에서 공인한 세계 최대의 레스토랑이라는 사실에 호기심 반 음식에 대한 기대감 반으로 찾아갔지만 그다지 만족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근래들어 현지 맛집을 찾아다니는 젊은이들이 특히 많아서 내 입맛만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는데, 로얄 드래곤을 찾아가려면 패키지여행객은 거리나 교통에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자유여행객이라면 찾는 길을 고민해보아야 한다. 즉, 방콕 시내 남쪽에서도 외곽인 '방나'의 쑤쿰윗 거리의 끄트머리에 있는 로얄 드래곤을 찾아가려면 방나까지 11번 시내버스를 타고 약40분 정도 갔다가 하차한 뒤 다시 택시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쑤쿰윗이 차가 많이 막히는 구간을 피해서 택시를 타고 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고속도로 통행료를 포함해서 택시요금이 약250~ 300바트 정도이고, 시간도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태국돈 1바트는 한국 돈으로 34원 정도이니, 택시를 타고 고속도로로 간다면 1만 원쯤 드는 셈이다.
 
 

로얄드래곤 입구
로얄드래곤 입구

로얄 드래곤은 1991년 대지 약 9600평에 지었는데, 정문부터 온통 붉은 색으로 단장되고, 음식점 외곽을 회랑처럼 삥 둘러 대청을 만든 것 등은 한눈에도 전형적인 중국식 건물이다. 또 이것은 음식점 주인이 화교라는 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음식점의 정문을 들어서면 세계에서 가장 큰 레스토랑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인증서가 대청 왼편에 자랑스럽게 걸려있다. 즉 음식점의 메뉴로 유명한 것이 아니라 종업원 1200명이고, 동시에 고객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음식점이라는 점 때문에 기네스북에 오른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대청을 지나면 음식점 안마당에는 안쪽을 향해서 기다랗게 연못이 있고, 연못 양쪽으로 넓은 홀이 있는 것도 전통적인 중국음식점 스타일이다. 연못 위에는 흰 대리석으로 세운 다리와 난간을 만들어서 고객들이 식사 후에 주변을 산책하며 구경할 수 있도록 꾸몄다.

종업원들은 롤라 스케이트를 타고 번개처럼 음식접시를 들고 다니지만 손님이 많아서 주문이 밀릴 때에는 음식접시를 한 손에 든 채 연못 위에 길게 연결해 둔 외줄 철사에 매달려 서커스 하듯 건너다니며 서비스를 한다. 
 

연못과 돌다리
연못과 돌다리
음식점 프런트
음식점 프런트

메뉴는 생선조림․ 새우튀김 등 주로 해산물 중심의 ‘타이 음식’으로서 A․ B․ C 세트 메뉴 이외에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1000여 종류가 넘는다고 한다. 음식 값은 메뉴에 따라서 크게 차이가 있지만, 대개 1인당 1만 5000원 안팎이어서 패키지여행객은 물론 배낭여행객들에게 큰 부담은 없다.

그러나 메뉴 중 돼지 바베큐․ 커리(Curry)․ 똠양꿍(Tom Yam Kung) 등 퓨전 타이음식 중 특히 똠양꿍은 우리나라의 신선로 같은 그릇에 청국장처럼 끓여서 나오는데, ‘똠’은 태국어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말하고, ‘양’은 ‘새콤한’이란 의미, ‘꿍’은 새우를 말해서 결국 ‘새우가 들어간 새콤한 국물 음식’이다.

얼핏 보아서는 우리나라 사골국물에 고추기름을 띄운 것 같고, 음식 맛은 식초를 넣은 김치찌개 같았다. 또, 수끼라는 야채 샤브샤브 같은 것도 많이 찾는 음식이지만, 결국 규모에서는 기네스북에 오를 수 있었는지 몰라도 음식 수준으로서는 아직 어림없다고 생각되었다.

똠양꿍
똠양꿍

그러나 분명한 것은 태국은 일찍부터 식단을 표준화, 규격화해서 프랑스의 부이야베스, 중국의 샥스핀 수프와 함께 세계 3대 수프로 명성을 얻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5대 음식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국제화한 노력은 우리 한식 관련업자들이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전통 한식 조리법은 아직도 소금 몇g, 고춧가루 몇g 등 정량화․ 규격화 하지 못하고, 소금 조금, 고춧가루 적당히, 알맞게 등 주먹구구식 방식을 크게 바꿔야 할 것이다. 

야외 식당
야외 식당
기네스북 인증서
기네스북 인증서

로얄 드래건에서는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저녁식사 시간인 오후 7시부터 태국 전통무용과 중국 전통춤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고객들이 식사하는 동안 악사들이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흔한 극장식 식당 흉내를 낸 것 같은데, 일행과 오붓하게 대화를 나누거나 비즈니스를 하려고 할 경우에는 매우 부적절한 분위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식사하는 고객들에게 이렇게 전통음악을 서비스하는 현상은 인건비가 저렴한 태국을 비롯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족자카르타, 발리, 롬복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인데, 음악이나 공연에 대한 해설도 없고,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소음공해로도 여겨지기도 했다. 다만, 넓은 음식점의 구조에서 내국인은 물론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베트남․ 서양인 등 외국인들을 구분하여 각각의 홀에 안내함으로서 문화적 차이로 인한 식사 과정에서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는 점은 높게 평가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음식 맛이 아니라 음식점의 규모로서 기네스북에 오른 레스토랑이고, 또 경영주가 화교라는 점에서 더더욱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려고 하는 중국인 특유의 모습이 음식점에 그대로 드러난 것 같다.

단체손님의 경우에는 미리 예약을 한 탓인지 몰라도 테이블에 음식이 준비되어 있고, 또 예약을 하지 않고 찾아간 자유여행객들에게도 고객이 자리에 앉은 뒤 주문하자마자 10분도 채 걸리지 않은 짧은 시간에 많은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미리 다량의 음식을 요리해두었다가 주문하자마자 즉시 가져오는 것 같아서 조금은 성의가 없어 보였다.

사실 이런 점들로  현지인들에게는 그다지 인기 있는 식당은 아니라고 한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