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대전시의원이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선거전문가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요구받은 사실을 폭로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 의원은 선거 때 믿을 만한 A씨로부터 ‘선거의 달인’이라는 B씨를 소개받았다며 SNS에 이런 사실을 털어놨다. 김 의원은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어느날 B가 와서 지난번에 A가 준비하라고 한 돈을 다음 주까지 준비하라”고 했다며 “법정선거비용(5000만 원)을 말하는 줄 알았으나 (B가) ‘선거를 치르려면 1억 원 이상 든다’면서 추가 자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물론 김 의원은 이 요구를 거절했다.

아직도 선거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게 놀랍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사실이라면 선거문화를 10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에는 이런 선거브로커들이 선거를 주도했다. 선거 때 후보들은 한 표가 절실한 입장이다. 브로커는 후보자의 이런 처지를 파고든다. 특히 선거를 처음 치르는 후보자일수록 브로커의 유혹과 협박을 이겨내기 어렵다. 김 의원은 처음 선거에 도전한 경우지만 변호사 자격도 갖춘 후보자였다. 법률 전문가에까지 브로커의 손길이 뼏쳤다면 ‘브로커를 통한 돈선거’가 김 의원 말고도 더 있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선거브로커는 기존 정당이나 정치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사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르더라도 선거판에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물이나 정치인들이 브로커 노릇을 한다. 그런 정도의 인물이어야 후보자도 믿고 돈을 건넨다. 김 의원이 언급한 A씨와 B씨도 지역 정치판에선 잘 알려진 인물일 가능성이 높고, 현역 정치인들과도 서로 잘 아는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과거 자민련 시절, 선거브로커가 한 후보에게 7000만 원을 착복했다가 처벌된 적이 있다. 당시 정치인은 처벌받지 않았으나 그 돈이 정치인에게까지 흘러갔다는 게 지역 정치판의 정설이었다. 이런 관행 때문에 김 의원의 이번 폭로로 일부 현역 정치인들까지 곤혹스런 처지에 몰릴 수 있다. 김 의원이 지난 선거 때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을 밝히고 있는 것은 이런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폭로한 ‘선거자금 요구’는 미수에 그친 사건이지만, 김 의원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당사자는 처벌을 받는다. 선거부정방지법은 돈이 건너간 경우는 물론이고, 돈을 요구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경우에도 처벌받는다. 선관위 조사에서 사실이 확인되면 검찰 수사를 통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불법 자금을 요구만 해도 엄벌에 처해진다는 사실을 사법당국은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브로커 선거를 뿌리를 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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