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법인 이정 대표 오정균]

세무법인 이정 대표 오정균(디트뉴스 자문위원).
세무법인 이정 대표 오정균(디트뉴스 자문위원).

금연한지가 꽤 됐지만, 금연하기 전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골초였다. 하루에 한 갑 반 내지 두 갑이 기본이었고, 골치 아픈 일이 있거나 저녁에 회식이라도 있는 날이면 세 갑 이상을 피워댈 정도였다. 술은 썩 즐기지 않는 편이었지만, 담배만큼은 지나칠 정도의 애연가였다. 아내의 밤낮 없는 성화에도 갖은 변명으로 때워 넘기며 줄기차게 담배를 피워댔다. 담배피우는 동안에는 단 한 차례도 금연을 시도해 본 적조차 없이, 주구장창 담배를 피워 댄 것이다. 새로운 담배가 나오면 남 먼저 그 담배를 구해 피워보는 것을 큰 재미로 여길 만큼 정말 담배피우기를 즐겼다. 어느 핸가 영전 축하 선물로 받은 사무실의 난이 모두 시들시들 죽어 갔는데, 난을 돌보던 여직원이 나의 지독한 흡연이 원인이라며 조심스럽게 금연을 권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직 젊을 때여서인지 골초들이 흔히 겪는 가래나 기침으로 불편을 겪는 일도 없이 누구의, 어떤 말도 그냥 귓등으로 흘리면서, 그저 맛나게, 폼 잡아가며 담배를 피워댔다.

특히 지방 근무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낼 때에는 아내 눈치를 볼 일도 없으니, 출근 전에 반 갑 이상을 피웠다. 눈을 뜸과 동시에 우선 이부자리에서 한 대, 화장실에 들어가며 한 대, 뒷산에 오르기 전에 한 대, 산꼭대기에 올라 한 대, 내려오며 적당한 쉼터에서 한 대, 집에 와서 한 대, 그리고 아침 식사 후에 한 대, 숙소를 나서기 전에 두어 대........ 그러다보면 출근 전에 반 갑 이상을 피우는 꼴이었다. 건강을 위한답시고 새벽등산을 거르지 않았는데, 그 산 위에 올라 연신 담배를 피워댔으니 건강을 지키자는 것이었는지, 상하게 하자는 것이었는지......  또 그 때만 해도 사무실 흡연을 규제하기 전이라서 출근하자마자 커피 한 잔 하며 한 대, 간부들과 티타임 가지며 한 대, 손님과 면담하면서 한 대 하는 식으로 틈나는 대로 피우다 보면, 새벽녘에 새로 뜯은 담배 한 갑이 오후 2, 3시 경쯤이면 빈 갑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피워 대니 기본적으로 하루 한 갑 반 내지 두 갑을 피워가며 지낸 것이다. 그 시절에는 손닿는 곳에는 늘 담배가 있어야 했고, 항시 여유분의 담배가 준비돼 있어야 마음이 놓였다. 어쩌다 담배가 떨어지면 안절부절 하며 한 밤중에라도 담배를 사러 나갈 정도로 정말 지독한 골초노릇을 하면서 지낸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해 건강검진 결과 심전도 상에 이상이 있다며 재검을 통보받게 된다. 재검 통보를 받았지만, 어떤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는 상태라 그냥 지나치려다가, 일단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검사를 받기로 했다. 사실은 미루고 미루다가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마지못해 병원에 끌려간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병원에 입원하여 심장에 대한 정밀 검사를 한 결과 뜻하지 않게 협심증이라는 판정이 내려졌다. 아무런 자각증상이 없는데도, 심혈관 3군데가 3,40% 정도 막힌 상태라는 것이다. 겉으로 내색은 않았지만, 내심 충격을 받아 멍한 상태로 검사 결과를 설명 들었다. 의사 소견으로는 스탠트를 삽입할 정도는 아니지만, 약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복용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담당 주치의의 위협적인 권유와, 나를 돌보아 주던 간호사, 간병인들의 한결같은 충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울며 하소연하는 아내의 성화에 할 수 없이 금연을 약속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10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개비의 담배도 피운 적 없으니 스스로도 신통하게 여겨질 정도다. 대부분 사람들은 금연하고 나니 담배연기 냄새가 그렇게 싫다던데, 어찌된 셈인지 나는 아직도 담배연기가 구수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금연 이후 담배를 피워 문 적이 거의 없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 뿌듯하다. 지독하게 피워댔지만, 담배를 피울 때 나름대로의 기준과 원칙은 뚜렷했다. 어른 앞에서 함부로 담배를 뻐끔거린 적은 없었다. 또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이나 아이들에게서는 좀 멀찍이 벗어나서 피웠다. 나름대로 흡연매너는 지켜가며 담배를 피운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윗사람과 맞담배를 피워야 할 상황이면 돌아서서 피우거나, 손안에 담배를 감추고 피우며 깜냥껏 예의를 갖추는 시늉을 하면서 피웠다. 비단 나만 그랬던 게 아니고, 그 시절에는 대부분이 나름대로 예의를 지켜가며 담배를 피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면에서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 갈수록 나이 든 사람들의 흡연율은 점점 줄고, 젊은 사람들의 흡연율은 낮아지지 않는 추세라던데, 특히 예전에는 보기 어렵던 젊은 여성들의 흡연모습마저 일상적인 모습이 되었다. 또 예전과는 달리 누구도 담배를 숨어서 몰래 피우지는 않는 것 같다. 일찍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중·고생들을 제외하고는 남몰래 피우는 모습이 아니다. 흡연자들 모두가, 남녀노소 불문하고, 아주 당당히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다. 그렇게 당당히, 공공연하게 피우는 것을 누가 뭐랄 수 있을까마는, 그 중에 누군가와 어쩌다 눈길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아주 도전적으로, 쏘아보듯 쳐다보면서, 오히려 보란 듯이 더 뻑뻑 빨아대며 연기를 뿜어대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럴 때면 보는 내가 오히려 민망해서 고개를 돌리고 서둘러 그 자리를 피해 버린다. 그런 모습을 보고 혹 혀라도 차면서 얼굴을 붉히기라도 하면 이내 아내의 주의가 내려진다. 절대 꼰대처럼 굴지 말란다. 잘못하면 젊은이들한테 큰 창피를 당할 수도 있으니 아예 모른 체 하라는 거다. 그럴 때마다 못마땅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싶어 아내 말을 듣고 모른 체 하며 지나치고 만다.

건강에 해가 된다하여 금연을 권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우겠다는 사람의 흡연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게 무슨 죄도 아닐 것이고...... 그러나 담배 피우는 게 내놓고 자랑할 만한 일 또한 아니라는 생각이다. 제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니 담배를 피우더라도 그냥 조용히, 다소곳한 모습으로 피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바란다면 제발 담배를 피우고 나서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으슥한 곳마다 담배꽁초가 잔뜩 쌓여있어 지저분하고 악취가 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그냥 마구 버려대는 바람에 보게 되는 흉한 모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동차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불도 제대로 끄지 않은 채 차창 밖으로 휙 던져 버리는 몰상식한 행동은 제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생도 위생이지만 얼마나 위험한 짓인가.....

옛날 생각으로 시시콜콜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하는 것이 썩 탐탁찮은 노릇이긴 하다. 그러나 살다보면 때로는 옳은 것은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가 많다. 그런 차원에서 담배를 피우되, 흡연 매너를 지켜가며 피웠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려던 것이 장황하게 말이 길어졌다. 비단 흡연문제 뿐이겠는가? 다른 여타의 사회생활도 공중도덕과 매너를 지켜가며 지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곁들이고 싶다. 결론은 각자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주변에 폐를 끼치거나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일이 없이 지내자는 얘기를 강조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다.

 

출처 : 디트news24(http://www.dt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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