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선 명절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도로 곳곳에 정치인들이 불법 현수막이 경쟁이나 하듯 나붙어 있다. 이 때문에 경기도의 한 자치단체에서는 이번 추석에 정치인들에게 명절인사 현수막 자제를 요청하고 정치인들도 이에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대전에선 이번 추석에도 시장 구청장 국회의원 교육감 지방의원들의 추석인사 현수막이 시내 도로 곳곳에 내걸렸다.

정치인들의 ‘인사 현수막’은 선거법상으로 문제가 없으나 광고물 관리법상으론 문제가 있다. 본래는 인사 현수막은 자신의 선거 사무실에 한해 게시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으나 작년부터 완전히 풀렸다고 한다. 법을 다루는 정치인들이니 현수막 인사 정도 문제는 쉽게 바꾼 듯하다.

그러나 정치인의 현수막 허용은 ‘옥외광고물 관리법’과는 상충된다. 민간인이 현수막을 내걸려면 지자체에서 허가를 받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게시대에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정치인은 인사 자체가 홍보이고 광고다. ‘인사 현수막’도 광고물 관리법의 적용을 받아야 마땅하다. 정치인들만 내걸 수 있게 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인천 남동구는 작년 추석 때 내걸린 정치인들의 명절 현수막을 불법 광고로 규정, 8000만 원이 넘는 과태료 물렸다. 당사자들은 반발했다. 현수막 인사는 정당 활동의 하나로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 권리인 반면 옥외광고물관리법은 경범죄 처벌 등을 위한 법이라는 게 정치인들의 인식이다. 정치인의 명절 인사는 인반인에게나 해당되는 경범죄로 따져선 안 된다는 논리다.

누구든 인사가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도미 미관을 해치는 홍보물과 다르지 않다면 마땅히 일반 광고물과 같이 취급되어야 한다. 광고물 관리법 저촉을 받는 상업광고도 그 자체가 나쁠 것은 없다. 오히려 상업광고 중에는 시민들에게 정보의 가치가 있는 것들도 많다. 그래도 단속을 받는 이유는 너도나도 아무렇게나 내걸면 도시 환경을 해치기 때문이다. 유독 정치인들의 광고물만 괜찮다고 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추석 명절 대전 시내 도로 곳곳에는 시장 국회의원 구청장 이름이 부동산 광고 등과 뒤섞여 펄럭였다. 행인들 가운데 이것은 ‘인사’이고 저것은 ‘광고’라고 구분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다 같은 광고 난장판일 뿐이다. 그러니 정치인들에게 정치인의 현수막 자체를 요청하는 지역이 나오고, 정치인에게도 과태료를 물리는 소동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다음 명절부터는 대전에서도 정치인들의 어지러운 현수막은 없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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