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 선착장
유람선 선착장

탁신 장군(Phraya Taksin : 중국명 鄭昭: 1767~1782)이 지금의 방콕 차오프라야 강 건너인 톤부리(Thon Buri)에 도읍을 정했으나, 1782년 라마 1세(1782~1809)가 탁신을 죽이고 짜크리 왕조를 세우면서 톤부리에서 방콕으로 도읍을 옮겼다. 그 후 1971년 방콕이 차오프라야 강(Chao Phrya River) 서쪽에 있는 톤부리와 통합하여 지금과 같은 대도시 방콕을 형성했다.  

950만 명이 살고 있는 거대도시 방콕 시내를 남북으로 흐르는 차오프라야 강을 중심으로 서쪽이 톤부리, 동쪽이 방콕이다. 방콕은 차오프라야 강과 남북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중심으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나눠지며, 차오프라야 강과 철도 사이에 있는 구시가지는 오래된 사원 지역이고, 철도의 동쪽인 신시가지는 상가와 주거지역이다. 방콕 시내를 S자로 흘러서 타이 만으로 흘러가가는 차오프라야 강은 우리의 한강처럼 방콕의 젖줄인데, 강폭이 200~1200m이고, 수심은 5~20m정도인 차오프라야 강의 삼각주에 위치한 방콕은 수위가 불과 50cm도 되지 않을 만큼 저지대여서 매년 큰 홍수 피해를 입고 있다. 

재래시장
선착장 재래시장

 왕궁과 왕궁사원에서 도로를 가로질러 약300m쯤 걸어가면 거대한 재래시장이 있는데, 시장의 좁은 골목을 빠져나가면 차오프라야 강을 투어 하면서 수상가옥과 방콕 시내를 구경할 수 있는 유람선선착장이 있다. 유람선은 수상버스라고 하는데, 모터가 달린 초라한 배를 타고 강 하류까지 내려갔다가 왼편 왓 아룬(새벽사원)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유턴해서 선착장에 도착하는 코스로 약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물론 도시를 관통하는 강 위에 유람선을 타고 강 양쪽에 형성된 도시를 구경하는 투어는 세계 여러 도시에서 시도하고 있으며, 국내여행사에서는 차오프라야 강을 ‘동양의 베니스’라고도 선전하지만 베니스는커녕 캄보디아 메콩 강의 툰레삽 호수에서 유람선 투어보다도 더 열악하다. 

차오프라야 강

유람선선착장에서 방콕의 젖줄이라고 할 차오프라야 강변을 따라 ‘삼판’이라고 하는 거룻배를 타고 강 위아래를 오가면서 과일이나 채소, 육류, 어패류 등을 파는 상인들이 곧 수상시장인데, 강 양쪽에는 수상가옥이 있다. 강위에 나무기둥을 세우고 지은 수상가옥은 대체로 빈민들이 살고 있으며, 집은 5~10년마다 수리를 해야 하는데 낡은 채 지탱하고 있는 수상가옥을 바라보면서 삶의 쓴맛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근래에는 수상가옥의 희소성 때문에 부유층들이 많은 돈을 들여서 별장용으로 짓기도 하고, 또 수상가옥을 리모델링해서 겉모습은 초라해도 내부는 호텔 못지않게 꾸며서 관광객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강안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형형색색의 낡은 수상가옥들과 그 좁은 강위에 이루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람선들이 방콕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만일 방콕여행에서 직접 체험하고 싶다면 인터넷에서 ‘Bang Luang House’를 검색하여 예약하면 된다. 

수상가옥
수상가옥

방콕의 수상가옥 투어는 차오프라야 강 하류의 사원 앞에 식빵을 덩어리째 던져주어도 냉큼 받아먹는 거대한 잉어와 메기들이 사는 곳을 반환점으로 유람선은 유턴하여 거슬러 올라오는데, 차오프라야 강에서는 낚시를 금지하고 있어서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할 정도로 물고기기 많다. 그런데, 강물 빛이 푸르지 않고 온통 황토색인 것은 상류로부터 황토물이 흘러내리기 때문인데, 오히려 이런 환경 때문에 메기나 잉어들이 살기에 알맞다고 한다.

그러나 방콕도 950만 명의 시민이 살고 있어서 온갖 성장 공해로 오염이 심각해지자, 하수처리시설을 만드는 등 차오프라야 강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어찌 보면 나라의 치부라고 할 수도 있는 수상가옥과 수상시장들을 멋진 관광 상품으로 만든 태국인들의 상술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살아있는 삶이라고도 할 수 있는 청계천 고물시장과 헌책방거리, 그리고 곳곳의 수많은 포장마차들을 없애는 우리의 겉치레 의식도 한번쯤은 비판받아야 할 것 같다.

수상버스를 타고 다시 거슬러 올라오는 건너편 강가에는 왓 아룬(Wat Arun)이 있다. 태국어로 와트(Wat)는 절, 아룬(Arun)은 새벽을 뜻하기 때문에 ‘새벽 사원’이라고 불리는데, 아유타야 왕조의 수도였던 톤부리에서 왕실 전용사원으로서 1809년 프라야 탁신 왕을 기리기 위하여 증축을 시작해서 1910년 라마 3세 때 완성된 방콕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다. 
 

새벽사원
새벽사원
새벽사원 돌계단
새벽사원 돌계단

장방형의 돌계단을 한층 올라가면 다시금 경계석을 세운 통로로 한 바퀴 돌아가면서 제일 높은 79m에 크메르식 프라프랑 탑(Prang)이 있는데, 이 탑은 불교에서 상상의 산 수미산(Mt. Meru)을 상징한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가는 중에 인도풍 조각이나 탑의 장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석상들은 석가모니의 해탈과정을 일반대중들이 알기 쉽도록 그림으로 조각한 것으로서  동남아 지역에 널리 전파된 소승불교 영향과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보도부드로 사원의 구조와 너무 흡사한 것을 알게 한다.

또, 가루다와 같은 많은 동식물들이 새겨진 것은 인도 전설에서 나오는 것들이라는 점에서 힌두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 일대의 석탑은 석탑에 그림들을 새겼지만, 방콕 사원들의 석탑들에는 색깔 있는 타일이나 유리조각을 덧붙여서 외관상으로는 화려하지만 실제로는 값싼 싸구려로 보인다는 점이다.  

탑의 중간 부분까지 올라가면 강 건너의 왕궁 및 에메랄드 사원(Wat Phra Keo)과 방콕의 시내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는데, 새벽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아름다움보다는 해질녘에 차오프라야 강 건너편에서 보이는 모습과 어둠이 되면 79m에 이르는 프라프랑 탑의 전등불을 밝힐 때 가장 아름답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태국은 물가가 싸서 수상가옥 투어를 가는 길에 지나가는 재래시장의 과일가게에서 싱싱한 열대과일을 한두 개쯤 사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과일은 대략 큼직한 한 봉지에 4인 가족이 세 번 정도 나눠서 디저트로 먹을 수 있을 정도인데, 망고 2개에 180바트 안팎이다. 태국 돈 1바트(Baht)= 34원 정도이니, 약 6천 원 가량인 셈이다. 태국에서는 호텔이나 일반가게, 노점 등 어디서든지 한국 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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