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도로 등 남북 경협 논의 가능성, 지역 ‘소외론’ 대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뒤 서로 손을 잡고 위로 들어 보이고 있다. ‘2018남북정상회담 평양’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뒤 서로 손을 잡고 위로 들어 보이고 있다. ‘2018남북정상회담 평양’ 홈페이지

오는 18~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충청 정‧관가와 재계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통해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길 바라면서도 경제협력 논의 과정에서 지역이 소외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16일 청와대에 따르면 남측 선발대는 이날 오전 7시20분께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방북했다. 선발대 단장인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과 권혁기 춘추관장, 보도·의전·경호·생중계 기술 관계자, 취재진은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평양으로 향했다.

서호 통일정책비서관은 “온 국민이 염원하는 남북 정상회담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며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선발대가 미리 가서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북미 관계 개선 등 ‘기대감’ 속 우려도

지역 여권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세가 완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분위기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지면 종전선언 문제는 물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강훈식 의원(충남 아산을)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핵심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비핵화 아니겠느냐”며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저희는 굉장히 기대감을 갖고 3일간 평양에서 남북의 항구적인 평화의 새로운 드라마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은 이번 정상회담이 ‘선언’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닌, ‘실질적 비핵화’를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분명한 것은 남북 정상회담도 미북 정상회담도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먼저 내비춤으로써 시작됐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이 되게 하려면 북한이 국제사회가 믿을 수 있는 수준으로 비핵화 빗장을 먼저 풀어야 한다. 북한이 이번에도 국제사회를 속이는 결과를 되풀이 한다면 그것은 돌이킬 수없는 재앙을 초래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입주기업, 연락사무소 개소에 개성공단 재개 ‘기대’

지난 14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앞에서 열린 개소식. ‘2018남북정상회담 평양’ 홈페이지
지난 14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앞에서 열린 개소식. ‘2018남북정상회담 평양’ 홈페이지

이런 가운데 지역 재계는 이번 방북단에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동행할 것이란 소식에 남북 경제협력(경협)이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개성공단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문을 열면서 지역 개성공단 진출기업들은 개성공단 재개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지역 기업은 대전 2곳과 충남 5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했던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대전 서구갑)은 페이스북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군사적 긴장 완화에 초석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는 개성공단 재개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경협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더라도 충청권이 이익을 얻을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직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유효한 데다 철도와 도로 등 기반시설투자(SOC)가 우선적으로 추진될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정부가 지난 11일 국회에 제출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비용추계에 따르면 내년도 총 예산액 2986억 가운데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무상‧융자 포함)에 절반이 넘는 1774억을 편성했다.

남북 경협과 '한반도 신경제지도', 충청권 득 될까, 독 될까
“국책사업 예산 확보 및 속도 내려면 정치력 발휘해야”

지난 1월 연구용역 결과를 통해 발표된 한‧중 해저터널 제안 노선도.
지난 1월 연구용역 결과를 통해 발표된 한‧중 해저터널 제안 노선도.

여기에 경의선과 동해선, 경원선을 잇는 철도망 사업이 궤도에 진입해 ‘한반도 신 경제지도’가 실행 단계로 넘어가면 충청권 주요 철도망 사업은 상대적으로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남북을 환서해권·환동해권·비무장지대(DMZ) 등 3개 벨트로 연결해 H축 형태로 한반도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이중 환서해권은 산업·물류·교통을 중심으로 한 경협벨트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며, 정부는 이를 위해 수도권과 개성공단, 평양·남포, 신의주를 넘어 중국과 연결되는 광역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충청권이 미래 전략 과제로 준비 중인 ‘한‧중 해저터널 사업’ 동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이 사업과 함께 충청권 철도사업의 핵심 축이 될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사업’ 역시 제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서횡단철도는 충남 서산을 출발해 당진-예산-아산-천안-충북 청주와 괴산을 거쳐 경북 영주-문경-예천-봉화를 지나 울진까지 한반도 동서를 가로지르는 철길(총연장 340km)로, 8조 50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현재 남북은 경협 사업 일부로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조사를 진행 중이며, 정부는 경기 북부와 강원도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해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발전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밑그림'을 그려놓았다.

지역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경협이 긍정적인 결과를 낸다면 평화 체제를 구축할 가교가 되겠지만, 국비 확보로 추진해야 할 지역 주요 SOC사업들이 동력을 잃거나 속도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지역 관가의 한 관계자는 “지역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떠나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현안 해결을 위한 국비 확보에 주력하는 동시에, 국책 사업에서 충청권이 소외받지 않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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