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대전시정, 기회이자 위기인 이유

지금 대전은 ‘지방권력의 재편’ 측면에서 가장 좋은 기회를 맞고 있는 동시에 가장 위험한 다리를 건너고 있다. 

보수 일색의 지방권력에 염증을 느껴온 사람들에겐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완전히 새로운 기회로 인식될 듯 싶다. 민주당이 선출권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지역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 것이란 기대도 클 것이다.  

물론 권선택 시장이 이끈 민선 6기에서 민주당이 시정 최고 권력인 시장직과 의회 다수파를 차지하긴 했지만, 선거법 위반사건에 발목 잡힌 시장과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측근들의 구설로 인해 깊은 상처만 각인됐다. 시정철학의 부재와 방향성 상실로 늘 진보성향 지역 시민단체와 대립하기 일쑤였다. 민·관 협치 보다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때문에 허태정 시장의 민선7기 대전시정은 같은 정당의 수권임에도 계승보다는 변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듯 보인다. 민선7기 지방정부의 슬로건이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라고 결정된 것만 봐도 그런 변화에 대한 의지가 읽힌다. 

시민단체의 시정참여가 크게 확장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민선 7기 ‘싱크탱크’ 역할을 할 ‘새로운 대전위원회’의 핵심은 시민단체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 총 125명의 위원 중 21명이 시민단체 출신이고, 시민단체를 사실상 움직이고 있는 학계와 전문가 집단까지 포함시키면 어림잡아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의제 발굴, 정책 공공성의 확보 측면에서 역량 있는 시민단체 출신들의 시정참여는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민·관 협치’가 레토릭에 그칠 경우, 얼마나 공허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행한 충남도정을 통해 이미 경험해 본 우리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시민단체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약화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 스스로 각별히 경계하겠지만, 그들의 속사정을 정확히 바라볼 수 없는 외부자의 눈으로 볼 때 지극히 상식적인 우려일 수밖에 없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지 않겠지만 이미 ‘견제기능의 약화’가 표면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시민단체만 ‘워치독’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의회라는 강력한 견제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고, 언론 또한 숙명처럼 그 역할을 해야 하는 존재다. 그러나 시의회 22개 의석 중 시장과 같은 정당의 의원들이 21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회가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이라 기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또한 ‘시민의 선택’인 것은 분명하지만, 민주주의가 ‘정치인들의 선의’로 작동할 것이라 신뢰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지역 언론의 ‘워치독’ 기능이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는 언론인의 한 사람인 필자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의원들은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사람들이고, 시민단체 구성원은 ‘도덕성’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껴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현장을 떠난 지 오래된 한 선배 언론인이 현역시절 “대전엔 괜찮은 기자가 여럿 있지만, 제대로 된 언론사는 없다”고 자괴감을 토로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아픈 지적이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견제기능이 충실하게 작동한다고 해도 권력은 늘 부패의 유혹에 빠지곤 했다. 경중(輕重)이 달랐을 뿐, 진보나 보수권력 모두 마찬가지였다.

‘선한 권력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충고를 하려거든 사양하겠다. 지금 대전의 ‘워치독’은 잠자고 있고, 쓸데없이 걱정이 많은 한 기자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부디 모든 것이 기우(杞憂)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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