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불성실한 자료제출에 의원들 불만 표출
“앞으로 인사조치하겠다” 약속하고서야 논란 진화

대전시 일부 공직자들이 시민의 대표인 시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 등에 불성실하게 임하면서 논란이 불거지자, 허태정 시장이 직접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새로운 지방정부 출범 초기에 집행부와 의회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지곤 했지만, 이번처럼 양측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보기 드문 사례로 손꼽힌다.   

시의회를 향한 집행부의 불성실한 자세는 지난 3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239회 1차 정례회 진행과정에서 두드러졌다. 상임위 곳곳에서 자료제출 요구를 묵살하거나 부실한 자료를 제출했다는 시의원들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복지환경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지난 7일 “필요한 자료를 수차례 요구해야 겨우 한두 장의 자료를 제출하는가 하면 어떤 간부직원은 ‘어디서 들었냐, 누가 말했냐’는 등 시민을 대표하는 의원을 경시하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작태에 심히 우려스럽다”고 개탄했다. 

지난 11일 열린 행정자치위원회 예산결산 심의 과정에서도 한 의원은 “수차례 자료요청을 했는데도 자료를 제공하지 않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결국 박혜련 행자위원장까지 나서 “설명자료가 충분치 않을 경우, 보고받기를 거부할 수 있다고 경고하지 않았느냐”며 배석한 간부공무원들을 향해 “의회에 출석해 졸고 계신 분들도 계신데, (근무)기강이 해이해졌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급기야 대전시의회는 김종천 의장 명의로 대전시에 공문을 보내 시정요청을 했다는 후문이다. 의회의 노골적 불만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자 결국 허태정 대전시장과 대전시 지휘부가 직접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천 의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의회의 대표로서 시장에게 우려를 표시했고, 시장이 직접 사과했다”며 “행정부시장과 기획조정실장이 직접 찾아와 향후에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고, 만약 재발시 해당 직원을 인사조치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고 말했다. 

일단 대전시 지휘부의 재발방지 약속으로 이번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근본적으로 허태정 시장 등 지휘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표출되고 있다. 

시의회 한 관계자는 “시의원 22명 중 21명이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의회에 대한 긴장감이 약화된 게 사실”이라며 “특히 16명의 시의원이 초선이기에 행정경험이 많은 간부급 직원들이 더욱 더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경계했어야 한다”고 평했다. 

시의원들의 역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시 한 공직자는 “7대 의회 몇몇 의원들처럼 시장과 같은 당임에도 불구하고 집행부를 철저하게 견제하고 비판하는 의원들이 있어야 건강한 긴장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며 “이제 막 시작한 8대 의회에서는 아직 그런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개최된 8대 의회 첫 인사청문특별간담회에서 일부 의원이 청문대상인 설동승 신임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내정자를 두둔하고 나서는 등 거수기 역할에 그쳐 ‘맹탕 청문회’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의회 스스로 현 상황을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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