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는 축축한 침을 흘렸다. 눈빛이 이글거렸다. 굵은 몸의 중심이 움찔거렸다. 그녀가 발버둥 치면 칠수록 사내의 중심은 더욱 거칠게 일어섰다. 칡넝쿨같이 엉킨 핏발이 흉하게 불거졌다.

사내는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의 눈가에 미치광이의 욕정이 흘러내렸다.

사내는 한 차례 마른침을 삼킨 뒤 그녀의 발끝을 긴 혓바닥으로 핥기 시작했다. 발가락 사이사이를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듯이 핥았다. 질펀한 타액이 묻어났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몸을 꼬며 마른입을 벌렸다.

사내의 입술은 발바닥을 지나 달팽이처럼 그녀의 다리를 거슬러 올랐다. 그의 입술이 무릎근처를 지날 때 그녀는 움찔움찔 경기를 하듯 몸을 떨었다. 고개를 흔들며 다리를 옥죄었지만 사내의 우격다짐이 그것을 풀어 헤쳤다. 입술은 그녀의 허벅지를 지나 곧이어 부끄러움에 떨고 있던 숲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두 다리에 힘을 주며 엉덩이를 빼자 사내는 통닭의 다리를 찢듯 두 다리를 한껏 벌렸다. 그리고는 약간의 틈도 주지 않고 싸움소같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들이 밀었다.

사내는 한동안 그곳에서 목마른 사람처럼 갈증을 풀었다. 음습한 소리가 들렸다. 사내의 입 주위가 물기로 축축하게 젖었다. 그녀가 몸을 뒤틀 때마다 사내의 얼굴이 더욱 깊이 묻혔다.

사내는 양손으로 엉덩이를 과일처럼 움켜쥐고 사정없이 끌어당겼다.

그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기세였다.

반쯤 몸을 세운 그녀가 더욱 거친 몸놀림으로 마른입을 벌렸다.

사내는 한참동안 그렇게 허기를 채운 뒤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분노에 차있었다. 숭숭하게 돋은 수염이 습기에 젖었다. 숨소리가 더욱 거칠게 들렸다.

사내는 자신의 몸을 거친 손바닥으로 두어 번 어루만진 뒤 그녀에게로 가져갔다.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그렇게 이를 악물고 누워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맥없이 퍼져있던 젖꼭지가 붉게 상기된 채 꼿꼿하게 일어섰다. 그런 사실을 알아챈 사내는 그녀의 가슴위에 쓰러진 뒤 무식할 정도로 거칠게 개처럼 허리를 놀리기 시작했다. 희멀건 그녀의 가슴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의 공격이 있을 때마다 목젖이 보이도록 입을 벌렸다. 무슨 말인가 거친 숨소리 사이로 오갔다. 하지만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침대가 삐거덕 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그녀의 숨소리도, 말소리도, 사내의 거친 호흡도, 또 괴성 같은 탄성도 들리지 않았다. 붉게 타오르는 불꽃만이 그곳에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귀를 막았다. 눈을 다시 감았다. 나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다는 질책이 속에서 끓어올랐다.

 

멍청한 새끼. 용기가 나지 않아. 그 정도의 정신으로 어떻게 가정을 꾸려 나간다는 거야. 채린을 구할 능력이 없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나는 스스로에게 분명한 결단력을 요구했다.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내 스스로가 못마땅했다.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나는 칼날 같은 질책에도 불구하고 그를 구하지 못했다. 도리어 내 손에 들려진 총구가 나를 향해 거슬러 올랐다. 총구는 나의 의지와 달리 내 관자놀이를 향했다. 잔인한 살상에 길들여진 손의 본능이 뇌리의 판단을 앞질러 자멸을 꾀하고 있었다. 숱한 반복 훈련을 통해 잘 길들여진 타자수의 손가락이 판단에 앞서 자판을 두드리는 것과도 같았다.

나는 총구의 날카로운 감지가 관자놀이에서 묻어남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총구를 벗어난 구릿빛 실탄이 온기를 느끼기도 전에 관자놀이를 뚫고 들어갔다. 그 총탄은 좌측 상단 두개골을 쳐올리며 허공으로 사라졌다. 관자놀이에 가해진 충격을 느끼기도 전이었다. 아픔을 느낄 기회도 없었다. 실탄을 뒤쫓는 골수와 살점이 머리위로 비산했고 골속으로 바람이 통하는 흉측한 느낌이 나를 무너지게 했다.

내가 버티고 섰던 공간의 천장과 기둥에는 피 묻은 살점이 흉하게 흩어졌다. 끔찍한 모습이었다. 그때까지도 내 눈은 나의 주검을 멀뚱멀뚱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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