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권오덕 전 대전일보 주필

권오덕 전 대전일보 주필.

소프라노 조수미는 과연 조수미였다. 조수미는 비록 50대 후반의 나이(57세)이지만 전성기 때 못지않은 가창력으로 팬들을 열광케 했다. 9월 8일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좌석을 꽉 메운 가운데 열린 ‘조수미 One Night In Paris'공연에서 그녀는 빼어난 노래 솜씨와 화려한 무대 매너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와 함께 다채로운 의상과 익살스러운 동작으로 2시간동안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이날 레퍼토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순수한 클래식보다는 팬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곡들로 채워졌다. 물론 오페라도 끼어 있었고 앙코르로 부른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도 있었지만 가벼운 오페레타나 널리 알려진 샹송과 팝송이 주류를 이루어 팬들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논클래식이나 오페라와 오페레타 대부분도 파리나 프랑스를 소재로 한 경쾌한 곡이 많아 팬들은 즐거웠다.

특정 소재를 붙여 콘서트를 열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파리라는 국제도시를 이름 붙여 연주회를 갖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실력이 뒤따라야 한다. 대형 오케스트라(디토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프랑스 테너 장 크리스토프 본, 아코디어니스트 알렉산더 세이킨 등 보조 출연자도 수준급연주로 연주회를 더욱 빛나게 했다. 생동감 있는 무대는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듯했다.

오페레타 ‘파리인의 삶’서곡(오펜바흐)이 끝난 후 조수미가 긴 은색 드레스를 입고 화려하게 무대에 등장하자 관객들은 아름다운 모습에 찬탄을 쏟아냈다. 그녀는 르코크의 오페레타 ‘100인의 처녀들’ 중 ‘오 파리, 즐거움이 넘치는 곳’을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장 크리스토프 본의 오페레타 ‘파리인의 삶’ 중 ‘르 브라질리안’이 연주됐고 조, 장의 2중창 ‘감미로운 시간’이 연주됐다.

빨간 드레스셔츠의 테너 장과 은빛드레스의 조는 잘 어울렸고 화음도 좋았다. 그러나 장은 정통테너와는 거리가 있었다. 국내(대전에도 왔음)에도 몇 번 온 세계적인 드라마틱 테너 호세 쿠라에게 배웠다고 하지만 뮤지컬 쪽에서 더 많이 활약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번 콘서트에 캐스팅한 이유인 것 같다.

전반 오케스트라 연주 2곡을 포함해 총 8곡 중 조수미가 부른 곡은 4곡인데 모두가 오페라, 또는 오페레타의 아리아였다. 반면 후반 9곡은 오펜바흐의 유명한 오페레타 ‘천국과 지옥’ 중 캉캉과 2중창 두곡이었다. 테너 장이 샹송 ‘빠담 빠담’과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 조수미가 ‘파리의 하늘 아래’ ‘장미 빛 인생’ ‘사랑의 찬가’ 등 에디트 피아프가 부른 50년대 샹송명곡들을 들려줬다. 

특히 최고의 샹송 사랑의 찬가는 한글번역 버전으로 불러 가사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이 곡은 에디트 피아프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권투선수 마르셀 세르당을 비행기사고로 잃은 후 만든 곡으로 장밋빛 인생과 함께 최고의 명곡이다. 이날 연주회 후반에는 핸드마이크를 썼다. 대형 오케스트라 반주인데다 오페라나 가곡과는 달리 관객석에의 전달이 쉽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정규 연주 후 앙코르로 테너 장은 샹송 ‘샹젤리제’와 쇼스타코비치의 재즈모음곡 중 ‘왈츠’, 조수미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와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행진곡을 가사로 붙인 노래를 들려주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그녀가 가장 애창한다는 아베마리아는 음반에서와는 달리 사전 연습이 덜 되었는지 독일어원어 대신 라틴어로만 불렀고 몇 군데 딕션에 아쉬움을 주었다.

그녀는 이 시대 한국 최고의 소프라노이다. 불세출의 지휘자 카라얀은 일찍이 그녀를 ‘신이 내린 목소리를 갖고 있다’고 극찬했다. 필자 역시 조수미 같은 가수는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못 부르는 노래가 없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가곡과 오페라, 그리고 바로크가곡과 고음악까지. 이번엔 크로스오버까지 선 보였다. 조수미의 노래를 언제까지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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