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수필가·전 충남도 서산부시장

최근 시·도의회에서는 사무직원 인사권을 의회에서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다시 제기하고 있다. 이 과제는 의원정책보좌관제, 지방의원 후원회제 도입요구와 더불어 지방의회의 숙원가운데 하나다.  지방자치법에 ‘사무직원은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에 따라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앞에 있는 ‘의장의 추천’ 절차보다 뒤에 나오는 ‘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하는 내용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사권을 의회에서 가져야 한다는 이유는, 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좌, 지원하는 사무직원이 인사권을 가진 자치단체의 장을 의식하여 소극적으로 일함으로써 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여건 상 사무직원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사무직원들이 집행부에서 잠시 의회에 파견된 형태로 언젠가는 다시 돌아간다는 인식을 부정할 수 없다는 주장은 상당부분 설득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자치단체의 장이 갖고 있는가? 그동안 사무직원의 인사권을 의장에게 주고, 나아가 ‘의회직렬’을 신설하여 의회전문 직원을 배치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으나, 몇 가지 이유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첫째, 지방자치단체는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무원은 한 자치단체 소속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집행기관을 견제·감시하는 의원을 보좌하자면 집행기관의 업무를 잘 알아야 하는데, 의회에서만 근무하다 보면 업무에 어둡게 되므로 교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셋째, 의회사무직원의 수가 적은데 독자적인 인사권을 가질 경우 인사에 불균형으로 승진 등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이다. 넷째, 공무원들이 장기간 또는 퇴직할 때까지 한 기관이나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정이다. 다섯째, 인사에 숫자가 많은 의원들로부터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기관대립형 자치제에선 의회 인사권 독립 필요

그러나, 이론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사무직원의 인사권은 의회에서 가져야 한다는 논리가 타당한 이유가 있다. 

첫째, 지방자치단체에서 의사결정기능과 집행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을 어떻게 구성하는가를 두고 ‘기관통합형(機關統合型)’과 ‘기관대립형(機關對立型)’으로 구분하는데, 우리나라는 기관대립형 방식을 취하고 있다. 헌법에 지방자치를 규정하면서 지방의회에 관한 조항을 별도로 명시하고 있고, 지방자치법에도 의회와 집행기관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으며, 집행기관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주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하도록 되어 있어 기관대립형의 기관구성방식을 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기관대립형은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의 장에게 상호 독자적 권한을 부여하고 상호 견제와 균형을 핵심원리로 하고 있다. 때문에 기관대립형의 구조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한데, 의결기관에서 일하는 사무직원의 인사권을 자치단체장이 갖는 것은 이론상 맞지 않는다.

가기천, 전 충남도의회사무처 총무·법제담당관, 전문위원

둘째, 인사교류가 중단되면 의회 사무직원은 신분상 영향이 있고, 특히 승진에 불리할 것이라는 이유를 든다. 그러나 의사무조직의 직급별 인력 구조를 볼 때 결코 불리하다고는 볼 수 없고, 현행 인력과 직급구조상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이런 이유가 작용한다면, 의회에 잔류하거나 집행부로의 전출, 집행부에서 의회로 전입희망자를 조사하여 적절히 배치하면 될 것이다.

의회와 집행부와의 순환보직도 지자체 간이나 기관 간 전출입 형태로 운영하면 된다. 장기적으로는 ‘의회직렬’을 신설하여 따로 채용하며, 지방의회 간 인사교류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울러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의회인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운영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전임직이 아닌 지방의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좌·지원하는 사무직원의 역할은 매우 크다. 의회가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하고 사무직원이 보다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자면 인사권은 의회가 가지는 것이 타당하다. 관련 법령을 개정하여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은 있지만,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강화를 논의하는 시점에서 이제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추진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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