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35] 실질적 지방분권이 필요하다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국 시‧도지사들이 청와대에서 민선 7기 첫 간담회를 갖기 위해 입장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국 시‧도지사들이 청와대에서 민선 7기 첫 간담회를 갖기 위해 입장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30일) 전국 시‧도지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일자리 만들기에 ‘협치’를 강조했습니다. 이른바 ‘재앙’으로 비유되는 고용쇼크를 돌파하기 위한 해법 찾기로 보입니다. 시‧도지사 간담회를 TV로 생중계까지 한 걸 보면 악화된 여론이 꽤나 신경 쓰였나 봅니다.

전국에서 올라온 시‧도지사들은 각 지역상황에 맞는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하고, 중앙정부 협조를 구했습니다. 정책 제언을 통해 향후 예상되는 일자리 창출 수요도 밝혔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지방을 대표하는 17명 자치단체장이 내세운 일자리 만들기는 과연 계획대로 실행될 수 있을까요?

지방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려면 무엇보다 돈(예산)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중앙 정부가 집행하는 예산 분배가 어떤 규모로, 또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느냐가 관건일 겁니다. 하지만 작금의 지방정부 재정 상황은 천차만별입니다. 살림살이가 비교적 넉넉한 동네가 있는 반면, 겨우겨우 버티는 동네가 ‘대한민국’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역 간 양극화가 심하다보니 잘사는 동네와 그렇지 못한 동네는 소득 격차나 주민 삶의 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도 그것과 비례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가 지방분권, 그 중에서도 ‘재정분권’입니다.

시‧도지사 간담회 하루 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는 민형배 자치분권비서관 사전 브리핑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자칫 지방에는 일거리만 주고 돈은 안주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고 질문했습니다. 참고로 민 비서관은 광주 광산구청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그만큼 지방의 재정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민 비서관은 “내일(30일) 시‧도지사 간담회를 보면 그 반대라는 걸 알 것이다. 대통령 모두 발언과 브리핑을 살펴보면 딱 집어내서 주목할 대목이 있다. 그 대목이 질문에 대한 답변과 연결돼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역대 최초’ 생중계된 시‧도지사 간담회를 시청했습니다. 대통령 발언 요지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지방 정부가 기획하고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세부사항까지 기획해서 지침을 내리고, 지방이 따르는 하향식‧획일적 방식으로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패러다임을 바꿔 이제부터는 지자체가 주도해 일자리를 만들어 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요. 말이 쉽지요. 일자리가 어디 공장에서 대량으로 뚝딱뚝딱 찍어내는 공산품입니까. 사실 이런 계획은 과거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서도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문 대통령은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지방분권’을 언급했습니다. “지자체 발전과 대한민국 발전이 따로 갈 수 없습니다. 우리 정치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 분권을 강화하는 것인데, 중앙과 지방 정부가 함께 머리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더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다만, 재정분권 뿐만 아니라 입법과 인사권을 포함한 ‘확실한’ 지방분권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방의 일자리는 물론 ‘미래’도 없습니다. 어마어마한 예산을 일자리 사업에 쏟아 부어도 지방분권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말짱 도루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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