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관리공단 노조 “설동승 내정철회 안하면 실력행사”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대전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 노동조합이 설동승 이사장 내정에 반발하며 허태정 대전시장에게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허 시장이 취임 후 첫 공사·공단 기관장 인사부터 잡음이 일면서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공단 노동조합은 설 내정자가 공단에서 16년을 근무하면서 보여줬던 리더의 자질에 대해 문제 삼고 있다.  설 내정자가 재직 당시 총무팀장과 감사실장, 경영처장 등 요직에서 일했지만, 고압적 업무태도와 편향적 인사로 조직 내부의 반발을 사 왔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공단 김기문 노조위원장은 “여러 사례들이 있지만, 조직 내부의 일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직원 상당수는 설 내정자가 통합의 리더십보다는 분열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 내정자가 허 시장과 같은 고향인 ‘충남 예산’ 출신인데다 설동호 현 대전시 교육감의 친동생이라는 점도 노조의 반감을 사고 있다. 설동호 교육감과 허태정 시장은 사제지간이다. 

김 위원장은 “허 시장 측이 선거공신이나 고위공직자 출신을 내정하는 등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고 내부발탁을 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공단 퇴직자를 임용하는 것이 어떻게 내부발탁이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진짜 내부발탁이라면 우리가 박수를 치지 왜 반발하겠느냐”며 “노조원 상당수는 ‘차라리 낙하산 인사가 오는 편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할 정도”라고 말했다.

설동승 내정자는 노동조합의 내정철회 주장에 대해 불쾌함을 직설적으로 토로했다.

설 내정자는 본보 전화인터뷰에서 “노조가 내 성격이 원만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공단에 근무하면서 축구동우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직원들과 원만하게 지냈다”며 “노조원 총회나 대의원회를 거치지 않고 노조위원장이 일방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설동호 현 대전시교육감의 친동생이라는 점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해 설 내정자는 “형님과 상의하지 않고 공모에 응했다”고 해명했다.    

노동조합과 내정자 사이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공단 노동조합은 대전시 4대 공사·공단 노동조합과 연대해 내정철회 기자회견을 갖고, 필요하다면 연대집회와 1인 시위 등 실력행사에 나설 예정이다.  

노조 측 ‘내정철회 요구’는 대전시 정무라인을 통해 허태정 대전시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허 시장으로선 깊은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역 공공부문 노동계의 집단반발로 확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내정 철회를 결심해야 하지만, 첫 기관장 인사가 좌초되면 자신의 리더십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공은 대전시의회 인사청문간담회로 넘어가게 됐다. 시의회는 내달 10일 전후 설동승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간담회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허태정 시장의 인사권에 대한 엄호에 나설지, 시장의 퇴로를 열어주는 고도의 정치적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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