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 둔산한방병원 안이비인후·피부두피센터 엄예진 교수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안이비인후·피부두피센터
엄예진 교수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에어컨이 없는 생활을 더 이상 상상하기 어렵다.

꽃가루, 미세먼지 때문에 봄철 내내 콧물, 재채기가 끊이지 않아 고생하던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은 이제 차갑고 건조한 에어컨 바람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차갑고 건조한 에어컨 바람은 코 점막을 부어오르고 건조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실내외의 온도 차이를 크게 만들어 우리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비염 증상을 악화시킨다.

여름에는 알레르기 비염뿐만 아니라 찬 공기, 온도와 습도의 변화, 냉난방기에 노출될 때 심해지는 ‘혈관운동성 비염’,  봄철 국소 비 점막 수축제를 2주 이상 장기간 사용해 정상적 비 순환이 장애를 일으키면서 만성 비염증상이 지속되는 ‘약물성 비염’,  만성적으로 비염이 지속돼 비강 내 점막이 비후되고 코막힘이 심한 ‘만성 비후성 비염’ 환자도 많이 볼 수 있다.

평소 코막힘이 심했던 회사원 K 씨(48)는 요 며칠 회사에서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쐰 후 비염 증상이 악화됐다.

K 씨는 “최근에는 누런 콧물이 나오면서 머리가 무겁고 좌측 볼 부분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부비동염이래요”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비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부비동염, 중이염 등의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비염 증상이 있다면 합병증으로 발전하기 전에 빨리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코 내시경 검사를 통해 코 점막의 상태, 부비동 입구부를 관찰해 농을 확인하고, 부비동염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 X-ray 촬영을 통해 부비동 내에 분비물이 고여 있는지 확인한다.

귀 먹먹함, 난청, 이루(농), 귀 통증 등 중이염 의심 증상이 있다면 귀 내시경을 통해 외이도와 고막 상태, 이루(농) 등을 확인한다.

체계적인 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진 후에는 한약치료, 침 치료, 약침치료, 향기치료, 훈증 치료, 네뷸라이저 등의 치료가 진행된다.

침 치료, 부항치료, 물리치료 등으로 목과 어깨부위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어 코 부위로의 기혈순환을 돕기도 한다. 특히 한약복용과 함께 침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굉장히 효과적이다.

최근 독일에서 약 400명의 알레르기 비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침 치료가 항히스타민제 복용을 약 10일이나 감소시켰다고 보고된 바 있다.   

 비염을 치료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치료만큼이나 철저한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여름철에는 우리 몸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도하게 에어컨 바람을 쐬지 않도록 하고 찬 음식과 찬 음료는 피한다.

에어컨을 쐴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마스크를 착용하여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는 것도 좋다.

코가 막히더라도 최대한 코로 숨을 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코는 온도조절 기능, 습도조절 기능, 비강내로 들어오는 작은 이물을 체외로 배출하는 기능이 있다.

입으로 숨을 쉬게 되면 이물질을 포함한 차고 건조한 공기가 그대로 우리 몸으로 들어가 호흡기 전체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코로 숨을 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비강, 호흡기 점막이 건조하면 작은 이물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여 염증반응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평소 미지근한 물을 옆에 두고 자주 마셔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목과 어깨부위 스트레칭을 자주 하고, 앉거나 서있을 때 목, 허리가 굽지 않은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요즘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에어컨의 찬바람을 피하기 어렵고 차가운 음료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비염 증상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면 합병증으로 발전하기 전에 서둘러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의 도움을 받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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