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권 상실 등 최고 피해당사자인 지방자치단체 권한 전무
매립 면허·정산·준공 등 모든 절차 중앙정부 독점

당진지역 항만, 공단, 간척지 개발사업으로 최근 공유수면이 크게 잠식되면서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공유수면 매립 및 정산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사진은 당진항 현황도).
당진지역 항만, 공단, 간척지 개발사업으로 최근 공유수면이 크게 잠식되면서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공유수면 매립 및 정산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사진은 당진항 현황도).

공유수면 매립사업비의 철저한 공개 등 매립정산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어업권 상실과 해안경관 훼손 등 최고 피해당사자인 지방자체단체의 대규모 공유수면 매립사업에 대한 권한이 전무한 가운데 매립면허나 사업 감독, 정산, 준공 등 모든 절차를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다.

또 일선 지자체에서는 모든 절차가 끝난 후 지적공부 등록신청을 받고나서야 매립정산 내용을 아는 것이 고작이지만 ‘중앙정부나 상급기관에서 다 알아서 잘할 텐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식의 무관심 내지는 무사안일 행정이 풀뿌리민주주의 정착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제46조(매립지의 소유권 취득 등)에는 매립면허취득자는 매립공사에 소요된 총사업비(조사비, 설계비, 순공사비, 보상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용을 합산한 금액)에 상응하는 일정면적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고, 투자 사업비를 초과하는 잔여매립지는 국가에 귀속된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투자 사업비 초과면적이 국가 또는 지자체에 귀속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매립면허취득자가 사업비를 부풀리거나 편법 상향조정하는 관행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당진 석문지구 간척사업
당진 석문지구 간척사업

또 투자 사업비 초과면적이 일선 지자체에도 귀속될 수 있음을 감안, 현재 중앙부처인 해양수산부가 독점하고 있는 10만㎡이상 공유수면 매립사업의 인·허가를 비롯한 사업 진행과정, 특히 사업비 정산실사권을 가장 가까이에서 감독할 수 있는 일선 시군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지난 1994년 3월 매립준공 당시부터 언론이나 당진군의회 행정사무감사 시 끊임없이 제기됐던 한보철강 매립정산 시비(是非)가 수년 후 감사원 감사에서 일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1989년 한보철강이 당진군 송악면 고대리 일대 공유수면 250만 5900㎡에 대한 매립면허를 받을 때 총사업비는 570억여 원으로 신고했으나 93년과 95년 각각 공사가 완료된 당진제철소 A, B지구 사업비는 이보다 5배나 많은 2800억여 원으로 정산됐다.

이 과정에서 국가나 지자체 귀속분을 줄이기 위해 사업비를 부풀리거나 편법 상향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수없이 받아왔는데 한보측은 오히려 매립으로 취득한 토지 감정가액보다 투자비가 더 소요됐다며 90억여 원에 이르는 정산차액을 회사결손금으로 처리했다고 밝혀왔다.

당진 석문지구 간척사업
당진 석문지구 간척사업

하지만 부도이후 법정관리일 때 감사원 감사결과 매립사업비를 크게 부풀려 조작한 사실이 적발돼 정부가 한보철강으로부터 800억여 원을 회수하라고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 감독이나 매립정산 실사권이 전무했던 당진군은 강 건너 불구경해야 했으며, 매립지에 이미 공장시설을 한데다 부도사태로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투자 사업비 초과면적을 국가나 지자체에 귀속시킨다는 것은 기술상 도저히 불가능한 실정이었다.

또 지난 1990년 한국토지공사가 매립면허를 취득해 대행개발방식으로 추진한 아산국가공단의 경우 사업시기와 위치, 내용 등이 비슷하면서도 평당 매립사업비가 고대지구 28만 3500원, 부곡지구 31만 6000원인 반면 한보철강은 37만여 원으로 들쭉날쭉 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공유수면 매립공사 내역이 △레미콘·철근 등 투입자재 △인원 △장비 △도로·호안 등 각종 기반시설 등 복잡하게 구성된 점을 감안, 실사권한을 중앙부처인 해양수산부에 전담시키는 것보다는 자치단체에 이관하든가 공유토록 해 짜맞추기식 정산관행 해소는 물론 국가나 지자체 귀속분을 늘려 지방재정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

1992년 당진 한보철강 공유수면 매립공사 현장
1992년 당진 한보철강 공유수면 매립공사 현장

한편 한보철강을 인수해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고 있는 현대제철도 2006~2015년까지 당진시 송산면 성구미포구 인근의 공유수면을 대거 매립하고, 현재 정산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당 지자체인 당진시청 어느 부서에서도 정확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시민들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당진시개발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과거 한보철강이 800억여 원의 매립사업비를 부풀려 조작하지 않았다면 매립면적의 30%정도는 국가나 당진군에 귀속될 수도 있었다니 놀랍다”며 “앞으로는 매립사업비의 철저한 공개는 물론 얼마 남지 않은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아예 동결하든가 매립면적의 일정 지분(25~50%)을 최일선 지자체에 강제 귀속시키는 등 관련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 K(55·당진시 당진1동)씨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공유수면은 잘 관리하고 보전해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줘야할 소중한 유산”이라며 “한보 때 크게 당하고도 아직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당진시정”을 꼬집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