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대전 실업자 1만 명 늘었는데, 아무도 대책 없다

지난 1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모습. 자료사진.
지난 1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모습.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선거 완승 후 열린 첫 번째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등골이 오싹하다”라고 소감을 말한 적이 있다. 이는 아마도 대선에 이어 과거 주류집권세력을 이렇게 표로 심판해 주었으니 이젠 국정수행의 실력을 보여주고 국민을 섬기는 마음을 다하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으로 대통령은 받아들였을 것이다. 어쩌면 이제 더 이상 과거정권에 대한 핑계가 아니라 온전히 스스로의 능력으로 무한책임을 다하라는 천심의 무게를 느꼈을 것이다. 

박범계 의원(대전 서을)은 7월 어느 언론인터뷰에서 “등골이 오싹하다”는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서 “진짜 집권세력이 된 민주당은 먹고 살게 해달라는 국민의 절박한 요구를 이뤄내야 하는, 과거에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해내야 한다”고 역설한 적이 있다.
 
진짜 등골이 오싹할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집권여당 스스로 당정청 회의를 일요일 긴급 소집했다. 대통령도 지방선거이후 처음으로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를 소집한다. 경제지표에 대한 문제의식이 다소 안이했다는 반성이 집권 세력 내에서 조금씩 일던 차에 7월 고용동향이 발표되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7월 취업자 수는 2천708만3천명으로 1년 전 대비 5천명 증가에 그쳤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10년 1월 이후 가장 적다. 실업자는 1년 전보다 8만 명 이상 증가한 103만9천명을 기록, 7개월 연속 100만 명을 넘었다. 실업률은 0.3%p 높아진 3.7%이고, 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9.3%이다. 이 정도라면 청와대에 가져다 놓은 일자리 상황판은 안 봐도 답이 나온다.
 
최근 한국경제를 끌어가다시피 하는 삼성전자의 고동진 IM부문장도 얼마전 뉴욕 '갤럭시노트9'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젊은 사람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고 등골 오싹론을 말했다.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5G(5세대 통신기술) 등 미래 기술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인으로서 심경을 솔직히 밝힌 것이다.

등골이 오싹했기에 삼성은 초일류기업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건희 삼성회장은 2003년 신경영 10주년 기념사에서 “신경영을 안 했으면 삼성이 2류, 3류로 전락했거나 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 신경영의 성과를 어려운 국가 경제위기 극복과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확산시켜 나가자”라는 뜻을 피력한 적이 있다. 

아직까진 등골이 오싹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 판단하겠지만 문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내려앉는 분위기다.

지지율은 두 기둥에 의해 유지된다. 정서적 지지와 정책적 지지다. 정서적 지지는 분위기, 이미지 등이 왠지 호감이 간다는 것이다. 정책적 지지는 특정 정책으로 살림이 나아지고 사회와 나라가 건강해졌다는 정책 효과에 대한 반응이다. 

기존정권에 대한 반감, 통일에의 기대감, 대통령의 좋은 이미지 등으로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정서적 점수는 후하다. 그 후함이 최근의 정책적 지지이반징후, 특히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방어해주는 형국이다. 

정책적 지지는 쉽게 올라가거나 그리 쉽게 떨어지진 않고 서서히 움직이는 반면, 이유 없이 올랐다가 맥없이 엉덩방아를 찧을 수도 있는 것이 정서적 지지의 특징이다. 

정책보단, 정서적 지지에 많은 부분 의존하는 현 정부여당은 이해찬 의원이 말한 20~30년 집권을 위해선 정책적 지지를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서적지지의 급변과 겹쳐 등골이 오싹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일진데 대전의 집권여당을 끌어가는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그리고 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들의 등골은 어떤지 묻고 싶다. 어느 지역 정치인들보다 더 오싹해야 한다. 

대전의 경제는 더욱 심각하기 때문이다. 충청지방통계청이 발표한 ‘7월 충청지역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대전의 취업자 수는 8천명 줄었다. 고용률은 0.4%p하락한 58.8%인 반면 실업자는 3만2000명으로 지난해 보다 1만명(42.4%)이 늘었다. 특히 실업률은 4.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p나 상승했다. 이 같은 실업률은 전국 평균(3.7%)보다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대전은 세종, 충남, 충북의 고용률이 상승해 62.9%~65.8%에 이르고, 실업률도 2.5%에 머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좋지 않다.

거기에 4차산업 인력양성 현장에서 느끼는 4차산업특별시의 비전 또한 녹록치 않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지난 3월 'KAIST 비전2031' 발표에서 "중국의 추격을 보고 있으면 등골이 오싹하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대전의 여당정치인은 지금 뭐하고 있는가? 혹시 대통령의 인기와 야당의 몰락과 통일무드에 편승하고, 현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정서적 지지에 기대어 적당히 권력을 즐기고 있지는 않는가? 
 
여당 정치인 누구하나 정책에 대한 설득노력을 하거나 경제현실에 대한 양해와 함께 처방을 제시한 적이 있는가? 소득주도 성장이 되었든 혁신성장이 되었든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서 대전시민이 이해하고 공유, 공감할 수 있도록 기명기사나 세미나나 어떤 형식이더라도 '권위 있는 해석'을 제대로 한 적이 있는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첨예하게 대립된 정책이슈들이 많지만 정부에 대한 정서적 평가 때문에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들이 많다. 최저임금 대폭인상, 52시간 근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무원 17만명 증원, 건강보험 급여 대상 대폭 확대, 원전 가동 축소, 국민연금 문제 등에 대전의 여당 정치인들이 어떤 생각을 펼쳤는지 나의 기억엔 없다. 

대전의 실업자가 작년보다 1만 명이 늘어나고 실업률이 국가의 평균도 안 되는데 그 흔한 SNS를 통해서라도 걱정하고 대안을 마련해보려고 노력하는 대전의 정치인이 안 보인다.

이 어려운 경제현실에 대전의 여당 당정청은 매주 한 번도 부족할 판에 '분기에 한번' 협의체를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집권여당의 정치인은 더더욱 '역사적 책임'이 있다. 박범계 의원은 "'전쟁없는 한반도’를 이뤄낸 공적은 알고 있지만 지금 국민은 '무엇을 갖고 먹고살게 해줄 것인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맞는 진단이다. 국민을 먹고 살게 할 역사적 책임이 있다. 대통령 인기에 그저 기대기만 했지, 등골이 오싹한 대통령과 함께 집권여당 정치인으로서 무엇을 했는지 자성해보길 권한다. 등골 오싹은 기우가 아니다. 실감 못하면 그대로 현실이 된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