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하나같이 떨고 있었다.

나는 이들이 달아난 야마모토와 한패거리며 채린을 납치한 자들과도 같은 패거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발뺌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들이 채린의 납치에 직접 가담한 자들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채린의 납치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쁜 새끼들!”

가슴속에 응어리졌던 분노가 터질듯이 치밀어 올랐다. 죽여도 성이 차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무릎을 꿇고 있던 사내의 입에 박혀있던 총구를 빼는 순간 그의 턱을 권총 손잡이로 있는 힘을 다해 후려갈겼다. 그러자 욱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우두둑 이빨이 뽑히며 턱뼈가 무너져 내렸다.

그는 치켜든 손으로 부서진 턱을 움켜쥐며 힘없이 그 자리에 꼬꾸라졌다. 금세 선혈이 흘러 내렸다.

나는 야마모토가 다른 사내들을 불러오기 전에 채린에 대한 정보를 획득해야 했다.

내 이마와 찢어진 귀에서는 묽은 피가 연신 흘러내려 상의를 잔인하게 적셨다. 나는 이성을 잃을 만큼 흥분하고 있었다. 쓰러져있는 사내의 사타구니를 다시 힘껏 걷어찼다. 그러자 그 사내가 더 이상의 움직임을 멎고 숨을 헐떡거렸다.

나는 순간적으로 옆에 무릎을 꿇고 있던 사내의 턱을 또다시 내리 찍었다. 권총의 손잡이가 그의 턱을 정확히 두 동강 내며 꽂혔다.

그는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흙바닥에 몸을 벌렁 누였다. 나의 앙칼진 고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비명을 질렀다. 엄살 많은 어린아이처럼 몸을 도르르 말고 귀청을 찢는 괴성을 토했다. 나의 잔인한 질책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소리는 통증을 호소하는 소리라기보다 구원을 요청하는 그런 소리였다. 나를 마구 짓밟을 때 히죽거리던 추억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자신의 고통만을 서러워하고 있었다. 나는 분노가 더욱 거세게 치밀어 올랐다. 잠시도 기다릴 수가 없었다.

나는 허리를 말고 있던 그의 얼굴을 향해 만년필의 잉크를 뿌리듯 총구를 내리꽂았다.

그러자 묵직한 총구가 몸부림치던 그의 콧날을 피하며 정확히 왼쪽 눈자위에 꽂혔다.

순간 물큰 하는 가벼운 감지와 함께 그의 눈알이 깨진 계란의 노른자처럼 얼굴을 튀어나와 흙 뭍은 그의 손등으로 굴렀다. 그리고는 다시 미끄러지듯 먼지가 쌓인 흙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럭비공같이 튕겨져 나온 눈알은 한동안 나를 빤히 올려다 보다 본래의 모양을 되찾은 뒤에야 초점을 흐렸다. 나는 그 눈알을 자세히 보면서 머리카락이 치솟는 야릇한 흥분을 느꼈다.

총구가 박힌 눈자위에서는 흐느적거리는 뜨거운 피가 빗물에 녹아내리는 물감같이 선명하게 볼을 적셨다. 그 사내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흙바닥에 얼굴을 비볐다.

하지만 내 행동은 이미 나의 의지를 벗어나 있었다. 그것은 의지와는 무관하게 더욱 난폭해져 갔다.

어느새 내 손은 넋 나간 사람처럼 멀뚱멀뚱 서 있던 또 다른 사내의 후두부를 내리 찍었다. 잔인성에 길들여진 손이 두뇌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행동을 감행한 것이었다. 명령 체계가 흐트러진 병사들처럼 제 마음대로 목표물을 선정하고 실탄을 마구 갈기듯.

후두부를 권총 손잡이에 맞은 사내는 두 다리를 쭉 뻗은 채 버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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