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톺아보기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대전의 제1야당 국회의원과 원외당협위원장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야당 완패로 결론난 지방선거도 벌써 두 달 전 이야기가 되었다. 함께 무릎도 꿇으며 당장이라도 개과천선하는 보수정당의 선봉장을 자임하는 듯했던 야당지도자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비상대책위원회’에 그 역할을 양보했는지, 일부 원내대표단을 제외하곤 TV뉴스에 눈에 띄는 국회의원들이 거의 없다. 대전도 예외는 아니다. TV뉴스에서 실종된 지 오래고, 더군다나 지역에서 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다.

지방선거에서 사망진단서를 받은 야당 상황에선 이분들이 할 일이 정말 많을 듯하다. 이 분들은 1인 3역, 어쩌면 그 이상을 해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그런데 움직이지 않는다.

정의당을 제외하고 야3당 공히 지도부가 붕괴되었다. 지금까지의 당문화와는 다르게 강력한 리더가 없다. 이젠 메시아를 기다릴 상황이 아니라 주체적 능력으로 보수의 가치를 되찾고, 당 체질을 스스로 개혁시켜야 한다. 그런데 처음엔 몇몇 분들을 중심으로 바싹 카메라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더니만, 막상 비대위체제가 뜬 후론 다들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정부여당 견제는 본연의 일이다. 적폐청산과업과 이념형 정책 밀어부치기, 통일기대감에 따른 높은 지지도에 가려진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적잖은 실책과 오만에 야당은 지지율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견제기능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하겠지만 내 기억으론 상임위원회 선정과 지역구 사업관련 이슈들 말고는 존재감을 발견할 수 없다.

지방선거가 시장, 구청장, 시의회, 구의회 권력을 집권여당에 몰아준 상황에서 지역에서의 역할은 더욱 심각하다. 시민단체는 중앙이나 지방이나 권력과 같은 배를 탔다. 이런 속에 지역 현안에 대해 얘기할 수 있고 잘못된 실정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지닌 분들은 그나마 야당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뿐이다. 시당이 있겠지만 이를 끌어가는 것은 결국 이분들이다. 그러나 지역현안에 침묵이다.

최근 경제가 어렵기에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 지역의 많은 분들이 하소연하고 싶어도 할 곳이 없다는 푸념이 많다. 보수의 몰락인지, 당의 몰락인지 최근 몇 년간의 당혹스런 변화에 실망한 적잖은 정치지망생과 정치 고관여자들이 그래도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하지만 어디하나 들으려 노력하는 정치지도자가 없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모두가 야당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의 몫이다. 더 할 일은 많은데 더 기대치는 높은데 이들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 안 보이기에 궁금한 것이 많다. 궁금증을 하나하나 던져본다.

무엇보다 가치가 손상당한 보수를 재건하는 작업, 낮은 지지율의 당을 새롭게 변혁해 내는 작업에 ‘나 몰라라’ 해서는 안된다. 특히나 변혁의 과정에 가치의 공감과 공유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안보보수’에서 벗어나 ‘경제보수’로 가는 향배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내놓은 보수의 가치, ‘자율, 시장과 공동체‘ 가치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최근 연일 키워가는 ‘국가주의’프레임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비대위 활동에 일정 공감한다면 “현직국회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은 카드뉴스 등 컨텐츠를 SNS매체에 널리 홍보해달라”는 며칠 전부터의 중앙당 독려에 대부분이 돌부처처럼 꿈적도 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너무도 어렵게 집권당의 실정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참신한 의정이슈와 날선 대정부 견제를 보다 선도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

국민의 뜻에 맞추어 관행인 특수 활동비를 꼼수가 아닌 완전폐지로 선도할 용의가 없는지 궁금하며, 혹시 관행에 입각한 또 다른 특권을 먼저 내려놓으려 노력할 의지는 없는지 궁금하다.

침몰해가는 국민연금문제,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몰락 등 서민·민생이슈에 대해 중앙에선 보다 선도적으로 싸우고 지역으로 내려와선 한사람 한사람 보듬고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일 순 없는지 궁금하다. 특검도 있지만 드루킹 이슈에 철저히 대응하고 북한석탄밀반입 문제에 대한 정부의 아리송한 처신을 세심하게 따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방행정과 지방의회가 집권여당 독주인 상황을 견제하기 위해서 야당은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대전시행정의 경우 한명 뿐인 야당 시의원에 기댈 순 없음은 자명하다. 평소대로 시당에 모든 것을 맡길 수도 없다. 이상적일지 모르겠지만 각 당협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시당에도 필요할지 모르겠다. 시의 현안에 대해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이 관여도를 높여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핫한 이슈인 시내버스 광고관련 특혜의혹에 어떤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방선거 핵심이슈인 월평공원개발과 도시철도2호선 트램방식은 승자독식(The Winner Takes It All) 원칙에 따라 당선된 시장의 공약을 그대로 박수쳐주어야 하는가 궁금하다.

보수진영에 사람이 없다고 한다. 사람을 평소에 만나려 했는지, 앞으로는 새로운 인재를 찾아나설건지, 그리고 어떻게 대전의 정치인재로 양성할건지 궁금하다.

요즘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지고 주변에서 “이 정부 인기 오래 못 간다” 소리도 가끔 들리는 듯하다. 그렇기에 ‘조금만 버티면 다음 총선은 자연스레...’ 이런 순진한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 사람들의 마음이 무겁다. 거기에 더하여 과거 보수정당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은 최근 야당 모습에 마음이 더 무겁다. 망가진 것 자체보단 비전도 안보이고, 변화노력도 안보이기 때문에 더욱 답답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최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 국가가 없고, 없어도 될 곳에 완장차고 국가가 있는 우리사회”라고 국가주의의 폐해를 우려했다.

최근 대전뿐만이 아니지만 야당의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을 보고 있노라면 이러다가 김 위원장의 쓴소리가 고스란히 이들에게도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국회의원(당협위원장)이 있어야 할 곳에 국회의원이 없고, 없어도 될 곳에 의젓하게 국회의원이 있는 우리야당”이라고.

중앙의 변혁도, 의정활동도, 대전시현안도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제대로 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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