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충남지사는 국회의원 4선 출신이다. 14년 동안 국회의원을 하면서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국회 출석률은 95%가 넘는다. 열 일을 제쳐두고라도 국정을 논하는 데는 빠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원칙을 중시하고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이었다. 그런 국회의원도 도지사 되면 달라지는 것인가? 

도지사 관사와 도지사 관용차 문제에 대해 양 지사가 보여준 태도는 착한 국회의원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구입한 지 1년도 안 되는 도지사 관용차가 있는 데도 새로 한 대를 구입했다. 교체 이유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양 지사는 “전임 지사와의 감정상 문제가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전임 지사가 어떻게 물러났는지를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교체가 이해되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양지사의 말대로 순전히 감정상의 문제다. 감정이라기보다는 단순한 기분상의 문제다. 그래도 정 그렇다면 당분간 다른 관용차를 써도 된다. 충남도에는 관용차가 6대나 있다. 그런데도 굳이 기분 문제로 1억 원이 넘는 새 차를 사야 했는가?

도지사 관사에 대한 양 지사의 생각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는 처음에는 내포의 도지사 관사를 이용할 것처럼 말했지만, 도지사의 관사 이용에 비판적인 지적이 잇따르자 관사를 쓰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꾸는 듯했다. 그러나 충남도는 양 지사에게 아파트 관사를 제공해주었다고 한다. 양 지사는 결국 관사를 버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엔 모든 시도지사들에게 관사가 제공됐으나 이젠 없애는 쪽으로 가고 있다. 여러 시도에선 관사를 없앴고 일부 시도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대통령이 시도지사를 발령내던 관선 시절에는 관사를 제공할 필요가 있었지만, 본인이 원해서 도지사 자리에 앉는 민선 시대에는 그럴 명분이 없어졌다. 도지사 이상 업무가 과중한 장관들도 관사가 없다. 업무 때문에 관사가 필요하다는 건 변명이다. 관사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관용차나 관사 문제는 보기에 따라 하찮은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새 도지사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는 기회는 된다. 이 두 가지에서 새 도지사가 보여주는 주고 있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국회의원 시절의 모범적인 의정활동에서 참신한 도지사의 모습을 기대했던 도민들에겐 기대 밖이다.  불미스럽게 물러난 전임지사 때문에라도 새 도지사는 달라야 한다는 게 많은 도민들 생각일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잇따르는 가운데 아래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을 놓고 을과 을이 생존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마당에 위에서는 고위 공직자가 순전히 개인의 기분 때문에 1억원짜리 관용차를 선뜻 바꾸고, 내가 사는 집의 관리비를 국민 세금으로 내는 관사를 끝까지 고집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정말 새로운 시도지사가 되겠다고 노래를 부르지만 일단 자리를 얻고 나면 여지없이 반복되는 구태는 언제 끝날 것인가? 양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보여준 착한 정치인의 모습을 도정에서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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