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꼬꾸라지며 피를 토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빈정거리며 히죽거렸다. 내가 두 다리를 쭉 뻗고 드러눕자 한 녀석이 높이 뛰어 오른 뒤 신발 뒤 굽으로 이마를 알밤을 까듯 짓밟았다.

나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푸줏간에 걸린 고깃덩어리 같이 무력하게 축 늘어졌다. 또 다른 사내가 늙은 말처럼 쉭쉭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푹 꺼진 그의 동공에는 자신이 위대하다는 착각에 빠져 혼자 즐거워하는 그런 미치광이의 자긍심이 번뜩였다. 또 자신에게는 대적할만한 자가 없다는 유아적 오만함이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는 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멱살을 끌어올렸다. 내 힘없는 근육이 물에 젖은 밧줄처럼 늘어졌다. 금방이라도 감겨버릴 것 같은 눈으로 그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그의 듬성듬성하게 돋아난 이빨 사이로 곰삭은 구취가 새어나왔다. 그는 내 가슴을 마지막으로 짓이기기 위해 굵은 알반지가 꽂힌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그의 주먹이 내 가슴을 향해 내리 꽂힌다면 나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절박함이 성큼 다가섰다.

순간, 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천진난만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아들의 얼굴이 스파크가 되어 뇌리를 스쳐 갔다. 출장 간 아빠가 장난감을 사가지고 돌아올 것이란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들. 이제나 저제나 엄마 아빠를 기다리다 방의 한편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을 순진한 아들. 그를 버려두고 혼자 여기서 죽을 수는 없었다. 더욱이 사경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를 채린을 이국땅에 혼자 두고 눈을 감을 수는 더더욱 없었다. 나는 이가 부서지도록 깨물었다. 그러자 초죽음이 된 내 눈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희뿌옇게 보이던 사내들의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한 쪽 눈은 그 때까지 여전히 검붉게 보였지만 다른 눈에는 나를 끌어올리는 사내의 영상이 또렷이 맺혔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이를 악물고 옆구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힘껏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내 멱살을 잡고 있던 사내의 턱밑에 총구를 들이댔다.

개자식들.”

그는 싸늘하게 감지되는 총구가 엉겁결에 자신의 턱밑에 꽂히자 기겁을 하며 내 멱살을 풀었다. 그리고는 두 손을 번쩍 쳐들었다.

나는 급히 총구를 그의 콧구멍에다 쑤셔 박았다. 그러자 그는 더욱 놀라며 온몸을 바들거렸다. 다른 녀석들도 순식간에 닥친 일이라 어찌할지를 모르는 듯 멈칫거렸다.

쏴 버리겠어.”

나는 고함을 질렀다. 곧이어 총구를 벌어진 그의 입에다 쑤셔 넣었다. 뒤에서 있던 사내들도 부르르 떨며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나는 내 앞에 선 사내의 얼굴에다 피범벅이 된 가래침을 뱉어 버렸다. 그러자 핏덩이로 얼룩진 타액이 그의 얼굴에 착 달라붙었다.

그는 그런 와중에도 나의 타액이 더럽다고 생각했는지 움찔거렸다. 순간 나는 신경질적으로 그의 입속에 박혀있던 총구를 더욱 깊이 처넣었다.

나는 곧바로 그의 입 속에다 방아쇠를 당기고 싶은 울분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무릎 꿇어.”

고함과 함께 그 사내의 사타구니를 있는 힘을 다해 올려 찼다. 그는 퍽 소리를 내며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꼬꾸라졌다. 뒤에 서 있던 사내들도 내 명령과 동시에 흙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뼈마디 부딪히는 소리가 우두둑거렸다. 나는 그들을 향해 벽 쪽으로 돌아설 것을 날카롭게 명령했다. 그러자 그들이 무릎을 꿇은 채 꼭두각시같이 벽으로 몸을 돌렸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통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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