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0-22 10:06 (월)
푸대접하지 말며 살아라
푸대접하지 말며 살아라
  • 송선헌
  • 승인 2018.08.09 18:0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소가 있는 시와 그림]

맛과 그림 1. 장아찌

우리 집 네 식구 중에서 너에게 젓가락 가는 이는 나 뿐, 아버지는 점점 외톨이, 그래도 과거를 먹고 좋아하는 자연의 모든 것들을 빨리빨리 서두르게 만드는 철에 어중간하고 궁할 때 자리매김한 막장 속에서 짭짤하고 고소하게 숙성된 밑반찬, 풍족한 곳은 넘치도록 소비하는 세상, 한정식 집에서는 찔끔 나오는, 구식이 되어 대접받지 못하는, 점점 이 시대의 아버지들을 닮은 마음이 짠한 장아찌.

“푸대접하지 말며 살아라”

친구들 종류:

가지, 감, 개똥쑥, 개망초, 개미취, 거북꼬리, 고구마, 고구마순, 고들빼기, 고사리, 고추, 곰취, 김, 깻잎, 냉이, 다래순, 다시마, 달래, 달맞이꽃, 돌나물, 도라지, 닭의장풀, 대추, 더덕, 두릅, 둥굴레, 마늘, 마늘종, 매실, 메꽃, 명아주, 무, 무청, 머위, 미삼, 민들레, 밤, 버섯, 뽕잎, 사과, 산마늘(명이나물), 소루쟁이, 쇠비름, 싱아, 쑥, 쑥부쟁이, 양파, 엄나무, 연근, 오이, 원추리, 은행, 잣, 죽순, 질경이, 차조기(자소엽), 참나물, 참외, 칡, 콩잎, 토마토, 토란, 피망, 호박잎, 호두, 굴비, 도토리묵, 두부, 북어, 진미채.

맛과 그림 2. 바나나

 

우리의 열광들은 광적으로 쏟아지는 급박한 생존본능에서 출발했어 그런데 너의 운명이 우리 인간사와 너무 닮아 있었음을 여태 몰랐어, 귀했던 과거에서 지금은 잊혀질듯 그저 그런 신분으로 희소성의 법칙에서 제외된 우리처럼 살고 있는 카벤디쉬들 말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와이 미니바나나까지 무시하지는 말아야 해.

“가치가 변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라”

시와 머그컵, 구겐하임(Guggemheim) 뮤지엄.

뉴욕의 "G"는 여신(女神) 무사이(Mousai)들의 치마처럼

나선형 똬리를 틀고 상승하는 랜드마크

라이트가 자기 인생만큼이나 비틀어 설계했고

간딘스키가 대주주로 있지만

베네치아, 타이타닉으로 페기 "G"가 바다 위에 탄생

그러나...

나는 가끔 신께 이 흥분을 삭혀 달라 애원하기도 하는

그야말로 작품인 미술관.

 

원장실의 스켈레톤, 바닥- 안식처.

뒤집어 생각해보니

너희들 없인 안 될 것들

걱정 투성이들 세상

차곡차곡 대기하였던

땡큐들

욱하고 뒤엎어지면 어쩌누

그러기에 건방지지 말기.

소소한 느낌들, 금강산

 

정말로 가보고 싶다.

봄의 금강서, 봉래를 거쳐 풍악에 이르렀다가 겨울 개골로 가는 품에 푹 안기고 싶다.

세계 최고의 명산은 바다를 끼고 있는 것이다.

저 안에서 내 삶을 겸손히 들여다보고 싶다.

가는 곳마다 그림으로 지인들에게 소식을 보내고 싶다.

저 높은 곳 산소를 사랑하는 이의 입술에 불어 주고 싶다.

일만이천봉의 성(聖)스러움에 내 죄를 속죄하고 싶다.

갈 수만 있다면 식후가 아닌 식전에 달려가고 싶다.

이념이 얼마나 추한지 가지 못하는 현실에 울고 싶다.

그래도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꿈을 놓지 않고 싶다.

오늘은 섭한 마음에 그리운 금강산을 선곡하고 싶다.

손녀를 보면 금, 손자를 보면 강으로 지어 주고 싶다.

그러니 더 가고 싶은 금강이다.


송선헌.
송선헌.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 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영진 2018-08-12 21:14:20
미소가 있는 시와 그림 덕분에 무더운 날씨의 짜증을 날려보내요. 고마워요.

백왕인 2018-08-10 10:47:15
오늘도 박사님 글과그림 감명입니다
더위잘보내시고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