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의 인식, 여전히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머물러 있었던 것 아닌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시점 전후에 계엄선포 건의
입법, 사법, 행정 장악하고 친위쿠데타로 몰아갈 방안 강구한 것은 아닌지

최근 문제가 된 기무사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기무사의 인식이 여전히 군사 독제정권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국가의 주체가 국민이라고 하는 기본적인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은 상태란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국가는 국민이 주인이다.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잠시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세력이다. 따라서 군은 국민에게 충성을 다해야 하는 것이 근본이다.

하지만 기무사가 작성한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보면 그들은 국민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는 생각이 없다.

자신들의 권력욕을 채워줄 정권에 앞장서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문서의 곳곳에 그런 생각이 묻어있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헌법제판소에 의해 결정되던 시점에 만들어진 이 문건은 박 전 대통령이나 황교안 권한대행이 문서에 서명만 했다면 시행에 옮겨졌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기무사는 “사법.치안 기능 마비에 따른 신속한 사회질서 회복 등 계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전국 비상계엄 선포가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평시 계엄은 전시와 달리 보안유지하에 신속한 선포와 계엄군의 사전 주요 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여부가 계엄 성공의 관건 이라며 신속하고 철저한 보안 속에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건의했으며 계엄에서 절대적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합동수사본부장은 기무사령관이 맡아야 한다고 건의했다.

비상계엄선포 건의문에서 기무사는 “탄핵소추안 결정이후 집회, 시위 확산 등 국가 위기상황 관련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 및 치안질서 확립을 위한 군사작전 지원을 위해 전국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다고 밝혔다.

당시 촛불집회가 평화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던 관련 상황에 대해서도 인식을 달리했다.

기무사는 “집회 시위가 대학가 등 전국으로 확산되며 과격한 폭력시위로 변질되고 언론에서 경찰의 시위대 강력진압 편파 왜곡 보도로 국민들이 SNS 등을 통해 유언비어를 확산하여 민심이 흉흉”하다고 분석했다.

또 기무사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규모가 확대되면서 경찰력으로 방호가 제한되며 시위대의 과격 폭력 시위 및 일부 무장 가능성 제기로 경찰력의 근무지 이탈이 증가하는 등 치안유지에 제한이 발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기무사는 “치안질서 회복으로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를 위한 특별조치가 필요하다”며 “전국적으로 계엄임무수행군을 투입할 수 있도록 전국 비상계엄선포를 건의”했다.

2017년00월 00일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체가 된 비상계엄 선포문도 만들었다.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000가 2017년 0월0일 발표할 비상계엄선포에 따른 담화문도 만들어 놓았다.

“언론, 인터넷, 통신, 출판, 보도를 검열”하는 계획도 준비했다. 전국민의 통행금지도 계획했다. “전국의 모든 대학 이상의 학원은 휴교 또는 휴업지정후 24시간 이내에 휴교 또는 휴업”을 해야 하는 계획도 세웠다.

이런 내용을 담은 계엄사령부의 포고문도 만들어 놓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국민의 기본권을 말살하려는 계획을 세워놓았던 것이다.

실제로 국민기본권 제한요소 검토항목을 통해 “비상계엄이 선포될 경우 헌법에 위임을 받은 계엄법 내 계엄사령관의 특별조치권에 의해 체포, 구금, 압수, 수색, 거주이전, 언론, 출판, 집회, 결사에 한해 국민의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다고 적시했다.

집권 세력을 위해서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기본권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이 따른 셈이다.

이런 인식은 이들이 사용한 용어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1960년 4월 19일. 어린 학생들이 길거리로 나와 독재 이승만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시위를 벌였던 역사적인 대사건을 우리는 4.19혁명이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기무사는 해당문건에서 같은 사건을 “4.19학생 의거”로 기술하고 있다.

또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제주 4.3사건” 혹은 “제주 4.3항쟁”으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기무사는 같은 사건을 “제주폭동”으로 기술하고 있다. 인식이 군사독재시절에 머물러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기무사의 “대비계획 세부자료”가 지극히 약간 명에 의해 이루어진 문건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인식이 아직 여기에 머물러 있다면 개혁을 불가피하다.

국민이 주인이며 충성의 주체란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군으로 거듭나야 한다. 기무사 개혁의 본질은 그곳에 있다.
(이광희 대기자. 디트뉴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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