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회사는 개인기업이다. 그러나 버스요금을 자기 맘대로 정하지 못한다. 시내버스는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이기 때문에 버스요금은 대전시장의 허가를 받아서 정한다. 시장이 요금을 정해주기 때문에 버스회사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엔 대전시가 밑지는 돈을 보전해준다. 이른바 시내버스 준공영제다. 

대전에는 13개 버스업체가 모두 1000대 가량의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350억 원을 적자보전 비용으로 대주었다. 시가 대주는 돈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시내버스 회사의 수입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시내버스 회사의 수입에는 버스요금 외에 시내버스 광고료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광고료도 최대한 늘려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에선 광고수입이 늘던 줄던 버스회사 입장에선 득실이 없기 때문에 광고수익이 엉뚱한 곳으로 샐 가능성이 높다. 최근 대전시에서 터진 '시내버스 광고료 20억원 증발 사건'도 기본적으로는 이런 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 
 
시내버스 광고사업는 시내버스조합이 광고 대행사를 선정해 시행하고 있다. 입찰을 통해 더 많은 금액을 주겠다는 업체한테 맡기는 방식이다. 지난 번에는 3년 계약 조건으로 100억 원을 내겠다는 업체가 선정됐다. 그런데 버스조합은 나중에 이런 저런 사정을 들어 20억 원을 깎아주었다. 계약 당사자는 버스조합이지만 시내버스 관리권자인 대전시의 결정으로 봐야 할 것이다. 계약 금액이 지나치게 높았던 데다 대전시가 시정홍보 광고를 공짜로 하면서 광고대행사가 수지를 맞추기 어려웠다는 게 조합 측의 설명이다.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식이면 계약의 의미가 없다. 더구나 이 계약은 여러 광고대행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진 경쟁입찰이었다. 그러나 일단 입찰가를 가장 많이 써낸 업체와 계약을 맺은 뒤 나중에 계약금을 깎아준 셈이다. 명백한 불공정 입찰이다. 천재지변 등의 이유가 아니면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 입찰가가 지나치게 높았다면 낙찰받은 업체가 책임져야 하고 대전시의 공짜 광고 요구 때문이라면 대전시도 책임져야 한다.

‘증발된 20억 원’은 시민세금으로 메워야 할 돈이다. 당초 ‘100억 원 계약’이 지켜졌다면 들어가지 않아도 될 돈이다. 물론 광고대행사가 책임져야 할 돈이다. 대전시는 그 돈을 시민들 주머니에서 꺼내주기로 했다. 그 돈이 대전시장이나 시공무원들 주머니에서 나가야 하는 돈이라면 이런 식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대전시가 아무에게나 이렇게 후한 인심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20억 원을 탕감받은 광고대행사 대표는 대전시의 전현직 최고위층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형상으론 버스조합과 광고대행사 간의 문제지만 실제로는 대전시와 광고대행사 간의 문제다. 대전시는 이런 의구심을 덜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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