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전도시철도공사 광고 직영체제 전환, 배경은?
경쟁입찰 공고 5일 만에 취소 “윗선의 압력 때문” 증언
직영체제서 도시철도 광고수입 ‘반토막’ 시민혈세 또 샜다

대전도시철도 역사 내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자료사진.
대전도시철도 역사 내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자료사진.

<연속보도> 본보가 연속보도하고 있는 ‘대전 시내버스 광고료 20억원 증발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지역 광고대행사 A업체가 대전도시철도 광고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도 ‘특혜’를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른바 대전시 ‘윗선’이 시내버스는 물론 지하철 광고에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의미다.  

대전도시철도공사(이하 공사) 관계자와 광고업계 증언을 종합하면, 권선택 전 대전시장 재임시절 이른바 ‘윗선’이 나서서 지하철광고 운영방식 변경을 요구했고, 그 결과 A업체가 지하철 전동차 및 역구내 광고 판매대행사로 선정됐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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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은 권 전 시장 재임 초반기인 2015년 1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사는 역구내 및 전동차 내 광고대행사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공고를 냈다. 최고가를 써낸 업체가 광고대행권를 수주하는 일반경쟁입찰 방식이 적용됐다. 

그러나 공사는 불과 5일 뒤인 1월 28일 입찰 취소 공고를 낸다. 당시 공사는 취소 사유에 대해 “역구내 및 전동차 내 광고사업 직영전환에 따른 사업내용 변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기업의 이 같은 사업방식 변경결정이 불과 5일 내에 일사천리 결정됐다는 점에서 의혹을 샀지만, 공사는 직접 광고 사업을 벌여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공사의 이 같은 직영방침은 곧장 업계의 반발을 샀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가 지역 광고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공청회를 했는데, 상당수가 ‘직영체제로 바꾸면 오히려 공사의 수익감소가 예상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지만 무슨 영문인지 공사는 기존 방침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공사의 직영체제는 외형만 직영일 뿐, 실제로는 판매대행사를 선정하는 ‘사실상의 광고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공사는 광고대행사 입찰취소 후 4개월 뒤인 2015년 6월 판매대행사 모집 입찰공고를 내고 문제의 A업체 등 2개 업체를 선정했다. 

판매대행사 입찰방식은 최고가를 적어내는 일반경쟁입찰 방식이 아닌 입찰가격을 포함한 사업계획서 전반을 평가하는 정성평가 방식이 적용됐다. 점수를 주는 심사위원의 주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사는 2015년 6월 11일 ‘부대사업 운영 내규’를 개정해 광고대행자 정의에 판매대행 업무를 추가하고 광고대행사 선정 시 제한경쟁입찰 가능요건을 추가하는 등 제도를 손질했다. 직영체제 전환이 급조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직영체제 전환이 공사 자체 판단이 아닌 ‘윗선의 압력’에 의한 것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익명의 공사 관계자는 “광고대행사 입찰공고 당시 대전시정의 실력자로 통했던 이른바 ‘윗선’이 입찰을 취소시키라는 압박을 했다”고 증언했다. 공사의 광고 직영체제 전환이 급박하게 이뤄진 이유를 설명해 주는 정황이다. 

이후 광고업계가 공사에 경고했던 것처럼, 공사의 광고판매액은 급격한 감소를 나타냈다. 본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공사의 광고 총수입 현황자료를 보면, 공사 광고수입은 2012년 21억 4000만 원, 2013년 20억 4900만 원, 2014년 20억 5400억 원 등 20억 원을 상회했으나 직영체제로 전환된 2015년에 17억 7700만 원, 2016년 14억 800만 원으로 급감했다. 

정점을 찍었던 2009년 27억 5200만 원의 반토박 수준으로 공사 수입이 줄어든 셈이다. 공사 광고 수입의 감소는 곧바로 시민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시내버스 광고료 20억원 증발 사건’과 마찬가지로 시민 혈세낭비를 부른 ‘권력형 커넥션’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공사의 광고직영 체제에서 광고 판매단가와 수수료가 정해진 만큼, 공사 수입감소는 판매대행사 A업체가 취한 금전적 이득도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A업체가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대전시 윗선이 공사를 압박까지 하면서 직영체제 전환을 왜 요구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이런 의문에 대해 지역 업계는 광고 판매구조를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시내버스 광고대행을 하고 있었던 A업체의 경우, ‘끼워 팔기’로 도시철도 광고를 활용하면 시내버스 광고수익을 더욱 크게 늘릴 수 있는 구조라는 것. 경쟁업체는 시내버스만, 혹은 도시철도 광고만 대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광고를 동시에 활용하면, 영업에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대전시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등 대중교통을 매개로 한 특혜논란에 이어 '윗선개입' 정황과 증언이 이어지면서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논란의 끝이 최종적으로 어디를 향하게 될지, 대전시 안팎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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