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가 시장 지시로 소속 공무원의 근무성적 점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감사원의 조치를 받았다. 2016년 5월, 당시 아산시장은 승진후보자 순위가 뒤처져 있는 소속 공무원 A씨의 근무성적 점수를 올리도록 부시장에게 지시했고 부시장은 담당 부서에 전달했다. 그 결과 A씨는 승진후보자 순위가 7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감사원은 “당초 근무성적 평정자와 확인자가 근무성적평정심의위원회에 제출한 평정단위별 서열명부의 순위와 다르게 평정점이 확정되고 승진후보자 명부도 그에 따라 작성돼 근무성적평정 업무의 공정성이 저해됐다”며 주의조치를 내렸다. 당시 아산시장 복기왕 씨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며 상식적으로 맞지 않으며 당시 승진 및 근무성적평정과 관련해 부시장에게 어떠한 지시를 한적 없다”는 반박자료를 냈다.
복 전 시장은 두 가지를 들어 감사 결과를 부인한다. 첫째, 승진을 위한 점수조작이었다면 A씨가 승진했을 텐데 A씨는 승진하지 못했다는 점, 둘째, 시장 책임이 있다면 감사원이 시장인 자신에게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어떤 조사나 질의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공무원 인사에선 단 한 차례의 점수 조작으로 곧바로 승진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감사원 감사 진행 과정에서 기관장(지방자치단체장) 확인을 받는 게 관행도 아니라고 한다.
복 전 시장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면 아산시 공무원이 허위 사실을 꾸민 것이고, 감사원이 이를 확인해주었다는 말이 된다. 감사원 감사는 정부의 각종 감사 가운데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감사원 감사가 허술하게 이뤄졌다고 보기도 힘들다. 또 시장이 요구하지 않았는 데도 인사 업무 관련 공무원들이 심각한 불이익을 감수하고 스스로 근평을 조작했다고 보는 것도 상식에 반한다.
승진 문제는 모든 공무원들이 가장 중시하는 사안이다. 근평을 조작해서라도 남보다 빨리 승진하고 싶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근평 조작은 대개 인사권자가 여기에 부당하게 불법적으로 끼어드는 인사 비리에 다름 아니다. 조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조직의 역량을 갉아먹는 결과를 가져오는 중대 범죄다. 실적과 능력에서 남보다 앞서갈 수 없는 사람이 순전히 인사권자의 부당한 혜택으로 앞서가는 것만큼 조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도 없다.
인사 비리를 없애려면 공무원의 승진 등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두고 있는 인사위원회 운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무원노조나 시민단체 등에게 인사위원 추천권을 부여해서 인사위원회가 인사권자의 거수기 역할에서 탈피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인사위원회에서 승진 인사를 심사할 때 근무평점이 급격히 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따져보는 제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사 비리는 근본적으로 시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등 인사권자의 책임이다. 인사 비리는 인사권자가 물러나면 반드시 드러나게 돼 있다는 점을 인사권자들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지방권력에 대한 감시가 소홀해지면서 가장 썩어가고 있는 분야가 공무원 인사다. 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적극 감시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