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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비싸리
땅비싸리
  • 송진괄
  • 승인 2018.07.26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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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괄의 신비한 산야초] 조기(早期)의 후두암(喉頭癌)과 폐암(肺癌)에 치료효과 있어

송진괄 대전중구 평생학습센터 강사.

삼엄한 경비를 지나 민통선으로 들어서는 기분이 묘했다.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같은 나라, 같은 민족이었던 사람들이 선을 그어놓고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국경을 없애고 국가 개념도 모호해지는 현실의 서방(西方)과 비교하면 별나다. 오랜만에 최전방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군 제대 후 삼십 수년만이니 감회가 새롭다. 자식 같은 후배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북녘을 주시하며 여전히 이곳을 지키고 있다. 정겹고 또 안타까운 마음도 교차한다.

녹슨 철조망 너머의 북녘 땅은 긴장감을 준다. 그 너머엔 온갖 풀과 나무가 자연 그대로 울울창창 우거져 있다. 우리의 긴장된 모습과는 아랑곳없이 비무장지대는 한가롭고 수풀 사이로 가끔씩 보이는 고라니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이다.

철책 그물망을 따라 땅비싸리가 군락을 이루며 연분홍 꽃대를 세우고 살랑거린다. 은은한 꽃 색깔이 잠시나마 여유로움을 준다. 철책을 따라 지뢰지대의 팻말이 붙어 있는 살벌한 풍경과는 대조적이다. 아랑곳없이 아름다운 꽃을 피워 방문객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연약한 땅비싸리가 이 삭막한 공간에서 여유로움을 주고 있다.

산행을 하다보면 흔하게 보는 식물이지만 이름도 잘 모르는 나무가 바로 땅비싸리다. 산기슭의 덤불사이로 무리를 지어 자라며 푸른 이파리 사이로 분홍꽃을 피운다. 잎사귀를 들추면 많은 꽃들이 줄줄이 드러난다. 작은 키로 자라며 빗자루로도 이용되어 땅비싸리로 불린다고 한다.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을 뿐이지 모습은 아주 매력적이다. 아담한 키에 휘어지듯 줄기 아래에 달리는 꽃송이들은 송이송이 산뜻하고 아름답다.

콩과에 속한 낙엽소관목(落葉小灌木)으로, 높이는 70센티미터 정도이며, 잎은 어긋나고 작은 잎은 타원형이다. 꽃은 5월부터 6월말까지 나비 모양의 옅은 붉은색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핀다. 전국적으로 산기슭이나 산허리의 양지에서 많이 자란다.

땅비싸리는 가을에 채취해 건조한 뿌리를 산두근(山豆根)이라 하여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하고 있다. 약성이 쓰고 차서 항암(抗癌) 및 각종 세균 억제작용이 있다고 한다. 특히 자료에 의하면 조기(早期)의 후두암(喉頭癌)과 폐암(肺癌)에 치료효과가 있다. 민간요법으로 어린 아이에게 나타나는 연쇄상구균의 감염질환인 성홍열(猩紅熱)에 뿌리를 달여 먹이면 효과가 있었다.

땅비싸리는 조기(早期)의 후두암(喉頭癌)과 폐암(肺癌)에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땅비싸리는 조기(早期)의 후두암(喉頭癌)과 폐암(肺癌)에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명한 날씨에 드높이 떠 있는 구름이 계절을 착각하게 할 정도로 시리다. 굽이져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했던 철조망이 눈에서 떠나질 않는다. 무엇이 한(恨)이 되어 가시철망을 세워놓고 이 많은 세월과 청춘들을 붙박이로 잡아놓았을까. 몸뚱이에 벌집 같은 총상의 흔적(痕迹)을 갖고 화석(化石)처럼 되어버린 기관차가 그 세월을 증언하고 있다. 아직도 수십 미터의 땅속을 헤집고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동족(同族)이라는 저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답답하다. 두 세대의 세월이 지난 오늘에도 이러고 있음에 분노가 치민다.

경비병이 지나는 좁은 길목의 철책 안자락에 산딸기가 유혹을 하고, 파란 아카시나무 이파리가 푸른 하늘 속에서 산들거린다. 그 아래 작달막한 키의 땅비싸리가 수줍은 듯 손짓을 한다. 이런 곳에서 풀과 나무들은 어우렁더우렁 그들만의 세계를 누리고 있다. 보초병의 가슴에 기댄 개인화기의 총구만이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낼 뿐이었다. <대전시 중구청 평생학습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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