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가 있는 시와 그림]

맛과 그림 1 - 수제비

1. 비 내리면 불가리스 향수 같은 황토 내음이 뿌려지고,

2. 얘야! 조심해서 담 밑 애기호박 하나 따오렴,

3. 솔잎 불쏘시개에 아리랑 성냥이 붙여지고,

4. 무쇠 솥에선 하얀 김이 연막을 치고,

5. 마루에는 휘어져 약해 보이는 소반이 올려지고,

6. 식초만큼 신 김치도 담겨지고,

7. 항상 있어 없는 듯 간장도 자리 차지하고,

8. 원앙처럼 사이좋은 수저와 젓가락이 차려지면,

9. 네가 올라오고, 잔치 준비는 완성된 것,

10. 기쁨 가득한 추억들이.

“이 순간, 이 곳, 이 사람들이 완성이라고 믿고 살아라”

맛과 그림 2 - 살구

늦장마가 지면 황토보다 더 붉던, 신 입맛의 살구가 떨어지던, 살구가 만든 나이는 100세 청년, 나이가 줄어드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비밀이 훈자마을 구름에, 살구가 감싼 피부에는 소원을 풀게 하는 세계 공통의 언어 같은 선물, 살구 행(杏)자를 쓰는 향교의 행단엔 은행이 살구를 대신하며, 살구 씨 행인(杏仁)은 아주 가끔 우리 집 욕실 비누로 올라와 유혹을 예약하고, 복 받는 감정들이 색소화 된 살구색은 오묘하게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자꾸 심장이 뛰는 포옹하고 싶은 끼, 개살구나무는 십자가 같은 목탁으로 환생, 살구나무집은 전국 어디나 있는 맛집, 오늘은 거기로?

“누구에겐가 끌리도록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시와 머그컵 - Guam

다들

한번쯤은

미국의 하루가 제일 먼저 시작되는

따듯한 서태평양으로 쉬러 가는데

지방을 빼러? 이식하러?

육체적 무게가 늘어나는 떠남이

찜질방과 차이가 있나?

없다면...

원장실의 스켈레톤 문- 궁금

문(門)도 벽(壁)

언제나 입구에서, 언제나 힘에 의한

열림 전엔 닫힘, 닫힘 전엔 열림

入함, 出함 또는 반쯤 남김

들어가되 열지 않는 문도 있음.

소소한 느낌들 - Moonbow(달무지개)

하늘에 뜨는 7색조(鳥) 무지개는 축복의 상징이다. 특히 폭포의 웅장한 소리처럼 힘차고 찬란 하라는 무지개는 희망의 상징이다. 수증기와 빛이 있는 곳에서 피어나는 무지개는 폭포에서 가장 많이 만난다. 그래서 폭포에서의 무지개는 당연하다. 아니면 하와이 같이 비가 자주 내리고 빛이 좋은 곳에서는 일상으로 만나는 것이 무지개다. 그런 무지개는 내 눈으로 직접 보았기에 믿는, 믿을 수 있는, 아름다운 환희와 감동의 칼라풀한 선물이다. 그리고 물이 증기가 되어 빛을 만나 생성되는 무지개는 낮에만 제한된 선물이다.

그런데 무지개가 밤에도 뜬다는 것을 믿겠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는 하지 말자.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바뀔 수 도 있으며, 나의 고착된 생각이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밤에 뜨는 무지개! 이 얼마나 역발상의 신기한 현상이란 말인가?

밤에 뜨는 무지개는 과연 우연인가? 아니다 사실이다. 오래전부터 빅토리아 폭포 주위에 살던 원주민들은 이 문보우(Moonbow)를 알고 있었다. 긴가민가한 전설처럼 전해져 오다가 정말일까? 라고 꼭 확인하고 넘어가야 하는 어떤 사람이 밤마다 찾아오다가 어느 날 드디어 문보우를 만나게 된다. 바로 그 날이 만월(Full moon)의 달빛 아래에서 무지개가 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수 년 전 일본 방송에서 촬영에 성공한 것을 본적이 있고 이번 여행에서 현지 흑인 가이드도 2주전 밤에 문로우를 봤다고 질문하는 나에게 답을 해 주었다.

환한 달밤에 뜨는 달무지개는 보지 못했기에, 들은 적이 없기에, 믿지 못하는, 영험하고 신비스런 기전이 아닌 그럴 수도 있다는 역전 현상의 하나일 뿐이다. 좀 안다고 거들먹거리는 지금의 나에게 좀 더 겸손하여 내밀한 성숙을 향하여 가라는 소리를 달무지개는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보지 못했지만 믿는 것은 분명한 진리이고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송선헌 원장.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 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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