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들었습니다. 무슨 얘기입니까?”

그것은 빅또르 김에게 전화를 걸어 알아보세요. 그리고 앞으로는 나를 찾아오지 마시고 모든 것을 빅또르 김과 상의를 하세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도 그에게 얘기를 해놓을 테니까. 왜냐하면 나를 만나봐야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세상이 평안치 못하기 때문이요. 중국계 아이들이 블라디보스토크 한복판에서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지 않소.”

그는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지며 자신이 뱉은 말에 스스로 동요되는 듯 더욱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그자들은 정신을 좀먹는 마약거래를 일삼고 있소. 아주 기분 나쁜 족속들이지요. 아무튼 선생도 몸조심해야 할 거요. 가능하면 이 길로 돌아가서 호텔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할 거요.”

그는 정중하게 당부했다. 내가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지만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말을 듣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 모든 것이 내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일러주었다.

나는 곧이어 알렉세이에게 권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이곳에 온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알렉세이는 한참동안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기도 했고 입을 오물거리기도 했다. 또 습관처럼 혓바닥으로 잇몸을 훑기도 했다. 그는 깊이 패인 소파에 몸을 묻은 채 회갈색의 눈을 깜박거렸다.

나는 그의 입에서 좋다는 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내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것은 권총 밖에 없었다. 경찰도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권총은 유일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신변보호 수단이었다.

내가 그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동안 그는 계속해서 곤란하다는 표정을 되새기며 뜸을 들였다.

빅또르 김에게 그런 부탁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권총을 내드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요. 총을 지닌다는 것은 그만큼 강도 높은 범죄를 접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니까. 그것은 위험하오. 이곳에서 그런 범죄를 접하느니 권총 없이 생활하는 편이 도리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물러설 수 없었다. 그에게서 총을 구하지 못한다면 어디에서도 구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그에게 매달렸다.

낡은 총도 또 정확도가 낮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권총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정중하게 당부했다. 그는 내 눈을 뚫어지게 응시한 뒤 총을 만져본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권총은 남 못지않게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나는 권총을 다루는데 상당수준의 경험을 군생활을 통해 체득했다. 사격훈련이 있을 때마다 25미터 거리에서 표적을 거의 정확하게 맞출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권총소지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다만 그동안 총기류를 가까이 하지 않았기에 다소 생소함을 느끼면 어쩔까하는 우려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아랫배에 힘을 주고 당당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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