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인권, 녹색성장...돈 있어도 ‘모르쇠’
2017 주요 재정사업 사후평가, ‘미흡’이하 평가 10개

대전시청 전경. 자료사진.
대전시청 전경. 자료사진.

대전시가 지난해 양성평등과 인권, 녹색성장 등 중요한 미래 의제들을 소홀히 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책정된 예산을 아예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한 경우도 있었다.  

<디트뉴스>가 지난 4일 개최된 대전시 ‘지방보조금 심의위원회’ 의결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체 105건의 행사성 재정사업 중 10건이 평점 70점 미만으로 “‘미흡’하거나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중 보건복지국 소관업무인 ‘양성평등위원회 운영’이 ‘매우 미흡’ 판정을 받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워크숍 한 번 개최하지 않는 등 실적 자체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기획조정실 업무 중 ‘충청권 상생발전 연구포럼’은 단 1회 개최로 예산집행률이 2.85%에 그쳤다. ‘도시브랜드 가치제고’ 사업은 단 한 건의 실적도 없었다. 둘 다 ‘미흡’ 평가를 받은 대상이다. 

과학경제국의 ‘대전식품산업 파워브랜드 축전’과 자치행정국의 ‘인권의식 함양교육’ 사업도 예산집행률이 60∼70%대에 그쳐 ‘미흡’ 판정을 받았다. 

이 밖에 ▲환경녹지국 ‘녹색성장 발전전략’ ▲교통건설국 ‘자전거 대축제’ ▲대중교통혁신추진단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건설’ ▲도시주택국 ‘전국 시도 도시계획담당 워크숍’과 ‘도시경관 포럼’ 등이 모두 ‘미흡’ 평가를 받은 사업들이다. 

물론 ‘예산집행률’을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다보니 공모전 등 단순 일회성 행사가 높은 집행률 달성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국의 경우, 전체 평가대상 사업의 23%에 이르는 많은 사업을 추진했지만 모두 ‘보통’ 이상의 후한 평가를 받았다. 예산집행률이 높은 까닭이다.   

이 같은 평가의 특수성을 반영하더라도 양성평등, 인권, 녹색성장, 충청권 상생, 도시브랜드 가치제고 등 중요 의제들을 소홀이 다뤘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중도 낙마한 권선택 전 시장 부재와 관련, 대전시 지도부의 리더십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재정사업을 추진한 실·국 자체평가 의견과 평가부서인 예산담당관실의 검토의견이 크게 엇갈린 부분도 눈에 띤다. 각 실·국은 자신들이 추진한 사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후한 점수를 줬지만, 예산부서 검토 결과 평가등급이 강등된 경우가 많았다.  

실·국 자체평가에서 70점 미만 사업은 5개에 불과했지만, 예산부서 검토결과 ‘낙제 사업’은 2배인 10개로 늘어났다. 반대로 실·국은 자체평가 결과 90점 이상 ‘매우 우수’ 사업을 47개로 봤지만, 최종적으로는 9개로 줄었다. 

지방보조금 심의위원회 평가제도는 사업수행 부서가 재정사업을 스스로 평가하고 예산부서가 확인·점검한 평가결과를 재정운용에 활용하는 제도다. 

등급은 90점 이상을 ‘매우우수’, 80점 이상 ‘우수’, 70점 이상 ‘보통’, 60점 이상 ‘미흡’, 60점 미만 ‘매우 미흡’ 등 5단계로 차등 구분한다. 평가에서 ‘미흡’ 이하 등급을 받은 사업은 예산 10%삭감, ‘매우 미흡’ 등급 사업은 추후 예산을 반영하지 않는 패널티를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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