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진정 이후 경찰 수사 시작해 1년 6개월여 만에 마무리
전교조, 영구 자격 박탈 요구..'친환경 급식지원센터 설립' 시급

대전지역 급식업체 34곳이 입찰비리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지역 급식업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얘기다. 사진은 대전교육청 전경.
대전지역 급식업체 34곳이 입찰비리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지역 급식업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얘기다. 사진은 대전교육청 전경.

대전지역 급식업체들의 입찰비리가 사실로 드러난 가운데 경찰이 재판에 넘긴 입찰비리 업체가 무려 34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에 있는 급식업체 250여곳 중 적잖은 업체가 불법으로 입찰에 참여해 왔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은 전교조측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전교조 대전지부와 대전경찰 등에 따르면 전교조는 지난 2016년 10월 26일, 급식업체의 투찰 방해 및 입찰 짬짜미, 현품설명서를 통한 특정업체 밀어주기, 급식 브로커 3인의 부당 개입 및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에 대해 수사해 달라며 A4 11쪽짜리 진정서를 대전지방경찰청에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업체들의 입찰비리 정황이 담긴 구체적인 내용까지 모두 포함돼 있었다. 전교조가 진정서를 낼 즈음 대전경찰도 유사한 내용의 첩보를 받고 일부 업체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등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그때마다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급기야 전교조는 지난 1월 15일 "급식비리는 고질적인 교육적폐다. 급식비리 수사를 벌이고 있는 대전지방경찰청이 1년 2개월이 지나도록 매듭을 짓지 못하는 등 직무유기를 범하고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급식을 위해 대통령이 나서달라"는 내용으로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출했다.

이 때문인지 이번 사건을 수사하던 대전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건을 마무리했다. 지방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 3월 22일 사건처리 결과가 통보됐다. 대전경찰은 당시 사건처리 결과 내사를 종결하고 대전지검에 송치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송치한 대략적인 내용을 적시했다. 대전경찰은 통지문을 통해 "학교급식 전자입찰에서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위장업체를 설립한 후 실제 운영 업체와 중복 투찰하거나 사전담합을 통해 공정한 입찰 절차를 방해한 혐의로 34개 식재료 납품업체 대표 31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약 1년 6개월에 걸친 수사 결과치곤 초라한 성적표라는 전교조의 힐난이 뒤따랐다.

법원은 재판에 넘겨진 31명을 대상으로 재판을 진행했으며 최근 급식업체 2곳에 대한 판결이 이뤄졌다. 급식업체 대표 A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또 다른 업체 대표 B씨에 대해서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의 범행은 매우 유사하다.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 등을 내세워 다수의 급식업체를 설립한 뒤 각급 학교에서 매월 진행되는 입찰에 참여해 사업을 따내는 수법을 사용했다. 여러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면 그만큼 낙찰률이 높다는 점을 이용했다.

실제 A씨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또 다른 회사 2곳과 함께 지난 2013년 5월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발주하는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전자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았다. 이때부터 지난 2016년 6월 23일까지 같은 방법으로 총 616회에 걸쳐 58억 6천여만원 상당의 급식관련 입찰을 수주했다.

B씨는 지난 2016년 4월 17일 진행된 급식용 식재료 입찰에 자신과 부인 명의로 된 회사 2곳을 모두 참여하게 한 뒤 이때부터 2017년 7월 18일까지 총 260회에 걸쳐 20억여원을 낙찰받았다.

재판장들은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들은 명의상 대표자들과 공모해 동일한 학교급식 입찰에 참여하며 어느 업체가 낙찰받아도 피고들이 모든 식재료를 납품하거나 공동으로 관리하도록 공모했다"면서 "이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관리하는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 전자입찰의 공정을 해하였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이 경찰에서 수사한 뒤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31명 중 처음으로 법원 재판이 진행된 업자들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3월에 송치돼 검찰이 보강수사를 거쳐 이르면 4월, 늦어도 5월께는 기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A씨의 경우 지난 5월 21일 검찰의 기소장이 법원에 넘겨졌고 불과 40여일 만에 1심 판결이 나왔다.

다른 업자들도 A씨와 비슷한 시기에 기소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 입찰 비리 등 급식비리와 관련된 유사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추측된다. 재판 과정을 통해 좀 더 명확한 비리사실과 그 배경에 대해 공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향후 진행될 재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원으로 부터 불법이 확인된 급식업체는 최고 2년간 입찰 참여가 불가능해지지만 전교조는 영구 박탈을 주장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16일 논평을 통해 "대전시교육청은 '입찰 비리'로 유죄판결을 받은 급식업체들이 다시는 식재료 납품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자격을 영구 박탈하라"며 "일정 기간만 지나면 버젓이 복귀해 또 장사를 하도록 놔둬선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전시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하루 빨리 친환경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라"며 "우리 아이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급식을 위해 만사를 제쳐두고라도 최우선 역점 과제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일부 업체들의 부정직한 입찰 참여로 인해 대다수 선량한 급식업체들은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어 교육청 차원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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