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사건 본질보다 자극성 보도에 2차 피해 ‘우려’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13일 서울 서부지법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13일 서울 서부지법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안희정 전 충남지사 재판이 ‘산으로’ 가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재판 과정에서 나온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증언들이 여과 없이 보도되면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측은 ‘2차 피해’ 문제를 제기했고, 재판부도 “공감하고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밝히며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 같은 ‘여론 재판’이 향후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자신의 수행비서인 김지은 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정확한 혐의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다. 안 전 지사 측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주장이다. 그동안 정식 재판은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5차례 열렸다.

문제는 증인 신문 과정에서 불거졌다. 먼저 진행된 피해자와 검찰 측은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우려해 증인 신문 대부분을 비공개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방어권 행사를 이유로 모두 공개했다. 이들의 증언은 언론을 통해 실시간 중계되듯 보도됐다.

쟁점 벗어난 여론재판, 재판 신뢰도 떨어뜨려
언론 윤리 보도, 재판부 소송지휘권 행사 필요

피해자 측 변호인은 “검찰 쪽 증인은 비공개로 신문해 중요한 증언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안 전 지사 쪽 주장에 부합하는 일부 증언만 크게 보도돼 피해자가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은 안 전 지사의 주된 혐의인 ‘업무상 위력’ 여부다. 하지만 ‘사실적 증언’보다는 피해자의 사생활이나 행실에 대한 ‘평가적 증언’이 보다 비중 있게 보도되고 있다.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증언 내용이 뉴스를 통해 쏟아지면서 여론은 철저히 양분되고 있다. 피해자 신분인 김 씨는 ‘꽃뱀’ 프레임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여론몰이 식 재판이 계속된다면 전체적인 재판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안 전 지사의 재판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1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때문에 언론과 재판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 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 조병구 부장판사는 지난 5차 공판에서 “여기 언론인들이 많이 와 계시지만, 말 한마디 등에 실린 텍스트 의미보다 전체적인 맥락인 콘텍스트가 중요하다. 이 사안과 관련된 쟁점과 어긋난 자극적인 이야기가 나가면서 위력이나 법리적인 판단과는 다른 쪽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언론의 윤리 보도와 더불어 재판부 역시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배려하면서 적절한 소송 지휘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어떠한 재판 결과가 나오더라도 양쪽 모두 법의 심판을 존중하고, 판결에 억울함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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