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회갈색의 싸늘한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작은 체구에 비해 다부지게 보였으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청바지와 하늘색 남방을 걸치고 있었는데 그의 이미지와 분위기에 잘 어울렸다. 손가락에는 아일랜드 정통문양인 켈틱 디자인이 선명한 반지를 끼고 있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소. 자리에 앉으실까요.”

그는 정중하게 우리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늙은 사내에게 차를 가져오라고 일렀다.

그는 다소 당돌하게 느껴질 만큼 당당했고 매사에 자신감이 살아 있었다. 또 확실하게 일 처리하는 것을 생명으로 여기는 그런 부류의 사람같이 보였다.

며칠 전 빅또르 김에게 전화를 받았소. 대충 얘기를 들었지요. 그런 일이 생긴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오. 그것은 그렇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시오. 힘닿는 데까지 도와 드리겠소.”

감사합니다.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 이내 말을 이었다.

이곳 사정에 대해 약간은 알고 있겠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이곳 사정이 선생께서 생각하는 것같이 간단치 않소. 이곳에는 개방과 함께 각종 조직이 고개를 쳐들고 있소.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골칫거리가 중국계들이지. 그들은 잡식성이니까. 때문에 빅또르 김과 힘을 합해 그들을 내몰고 있소. 현재도 우리 패밀리가 그들과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싸우고 있지요. 따라서 그들을 대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오. 부인을 찾겠다고 무리를 해서는 곤란하오. 어제 밤과 같은 행동은 부인을 찾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거요.”

어제 밤의 행동이라니요?”

어제 밤에 골든 드레곤을 다녀온 일말이오. 그리고 그곳에서 아가씨를 데려나온 일 .......”

나는 섬뜩했다. 한편 놀랍고 다른 한편 그가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내 일거수일투족을 헤아릴 만큼 방대한 조직과 정보 수집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것은 …….”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잘 아오. 하지만 이곳은 한국이 아니오. 그들을 대할 때는 충분히 생각을 하고 대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오.”

“.......”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 아내가 그들에게 납치된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말이 없었다. 그는 한동안 갈색의 엽차를 마신 뒤 내가 궁금증에 심한 갈증을 느낄 때쯤에야 다시 말문을 열었다.

정확히는 알지 못하오. 다만 중국계 아이들 가운데 누군가가 하수인을 시켜 당신 부인을 데려 간 것으로 알고 있소 . 아참! 오늘 아침에 빅또르 김에게 전화 받지 못했소?”

. 새벽에 전화를 받은 것 외에는 다시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일찍 호텔을 나왔거든요.”

아 그렇게 됐군요. 내가 당신 부인에 대한 얘기를 빅또르 김에게 했었는데…….”

나는 귀가 번쩍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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