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지도
베트남 지도

가난을 숙명처럼 안고 살았던 우리에게 외국여행은 외교관이나 일부 상류층 자녀의 유학 등 아주 특별한 경우에 그쳤으나, 1960년대 이래 꾸준한 경제성장 결과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일반인에게 여행이 가능해졌다. 특히 정권에 대한 정통성이 빈약했던 신군부가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에 돌리기 위하여 1980년 칼라 TV방송을 시작으로 1982년 프로야구, 1983년 프로축구를 출범시키는 등 이른바 3S정책을 폈는데, 그 일환으로 1989년부터 해외여행을 전면 자율화한 것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고작 동남아와 사이판, 괌 등 일본인들이 이미 다녀갔던 발자국을 뒤따르는 것이 고작이었으며, 1960년대 서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작은 깃발을 든 가이드 뒤를 줄을 지어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니던 일본인 관광객의 패키지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여행지도 괌, 사이판, 발리, 방콕과 파타야 등 가까운 몇몇 나라에 그쳤다가  지금은 배낭을 메고 혼자 혹은 친구들과 떠나는 자유여행이 크게 늘어서 이제는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이건 한국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일찍부터 인기 관광지였던 사이판, 괌, 발리, 방콕 등에 이어서 최근 떠오르는 동남아 여행지는 경제성장과 함께 한류열풍이 강한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그리고 인도네시아라고 할 수 있다. 그중 베트남(Viet Nam: 越南)은 아시아 대륙에서 북으로 중국, 서쪽으로 라오스·캄보디아와 국경을 이루며, 남북이 약1,650km, 동서 최대 550km, 최소 340km로서 용의 머리처럼 생긴 약33만 341km²의 거대한 국가가 오랫동안 강대국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살아오다가 우리나라처럼 남북이 분단되었다가 1975년 통일되어 왕성한 경제발전으로 떠오르는 신흥국이다.

하롱베이 선착장
하롱베이 선착장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약110㎞ 떨어진 하롱베이(Halong Bay; 下龍灣)는 3000개 이상의 섬들이 아름다운 베트남 최고의 국립공원이다. ‘하롱’이란 글자 그대로 "용(龍)이 바다로 내려왔다"는 의미인데,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서 한 무리의 용이 나타나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했으며, 침략자들과 싸우기 위해 내뱉은 보석들이 섬으로 변했다고 한다. 하롱베이는 오랫동안 전쟁에 시달린 베트남이 전통문화보존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었지만, 전쟁 중에도 도만카(Do Manh Kha)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196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94년에는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암굴 투어
암굴 투어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는 불과 110㎞인데도 도로 사정이 워낙 좋지 않아서 버스로 약4시간이나 걸린다. 따라서 하노이에서 하롱베이는 1일 투어로는 약간 힘들어서 노인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이라면 1박2일 크루즈가 좋다. 1박 2일 여행비용은 적게는 1인당 10만 원 이하도 수두룩하지만, 10만 원대부터 5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특히 하롱베이에서 수상비행기를 타고 1시간정도 돌아볼 수 있는 투어는 60만 원가량 한다. 하지만, 요즘 세계 어느 나라이건 교포들이 운영하는 여행사와 음식점, 숙박업소가 많고,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떠오르는 동남아 국가들도 비행기 티켓팅만 한 채 하롱베이에 도착해서 널려있는 여행사 몇 군데만 돌아보면 자신이 가고 싶어 하는 여행을 선택할 수 있다. 패키지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이라 할지라도 투어를 예약했다면 투어사에서 호텔이나 리조트로 순환버스를 운행하기 때문에 미팅시간만 약속해두면 큰 불편이 없다. 

해수욕
해수욕

 하롱베이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수많은 섬들이 보석처럼 박힌 바다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지만, 이런 아름다운 풍광을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맑은 물에 들어가 해수욕을 하거나 바나나 보트, 파라세일링 등 다양한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하롱베이에는 20~30가구씩 모여 사는 섬마을이 5개 정도 있는데, 투어를 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선상에서 시푸드로 점심식사가 제공되지만, 자유여행이나 식도락가들은 이들 섬 주민들이 파는 노점에서 맛을 즐길 수도 있다. 뗏목처럼 묶어 놓은 수상가옥들은 잔잔한 물결과 함께 평화롭기만 하다. 

유람선들
유람선들
도마바위
도마바위

또 수천 년 동안 침식되어 웬만한 시골마을보다 넓은 항 두고(Hang Du Go) 동굴은 약90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외국군과 전쟁할 때 베트남인들이 은신장소로 이용했다고도 한다. 하롱베이의 수많은 섬들은 그 모양에 따라 제각기 이름을 붙이기도 하지만, 하롱베이 한 가운데에 있는 섬 티톱 전망대는 하롱베이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서 이곳에 오르면, 푸른 바다에 알알이 박힌 것 같은 하롱베이의 아름다운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티톱 전망대 표지석
티톱 전망대 표지석
전망대에서 본 하롱베이
전망대에서 본 하롱베이
동굴 속
동굴 속

매년 세계 각국에서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하롱베이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지만, 하롱베이로 떠나기 전에 1987년에 제작된 미국영화 ‘굿모닝 베트남’이나 1992년 제작된 프랑스영화 ‘인도차이나’를 미리 케이블방송 등으로 시청하는 것도 좋다. 영화 ‘굿모닝 베트남’은 베트남전쟁 당시 사이공에 있는 미군 라디오방송국 DJ로 발령된 주인공 애드리안 크로너가 정훈장교로부터 수많은 규제사항과 기계적인 멘트를 하도록 지시받지만, 이에 반발하여 마이크를 잡자마자 모든 지시를 무시하고 '굿모닝 베트남'이라는 경쾌한 오프닝 멘트와 함께 유머스런 멘트와 금지곡 등 신나는 음악을 방송하여 군인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며 최고의 청취율을 기록하지만, 그의 파격적인 방송과 돌출행동은 군 고위층의 반발을 사게 된다는 내용의 배경지이다.

또 영화 ‘인도차이나’는 1930년대 프랑스 식민치하의 사이공에서 고무나무 농장을 경영하는 프랑스인 엘리안느(까뜨린느 드뇌브)가 고아인 까미유(린 당 팜)를 양녀로 들여서 프랑스 상류사회의 교육을 시키지만, 엘리안느가 프랑스 해군장교 장을 사랑하게 되고 까미유 역시 그를 사랑하여 양모녀가 삼각관계에 빠진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하롱베이는 베트남의 역사유적지가 아닌 보고 즐길 수 있는 동남아 최고의 휴양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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