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

…….”

대답이 없었다.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쫓기듯이 주변을 둘러 본 뒤 곧바로 내게 손을 내밀며 바싹 다가섰다. 그리고는 목각인형처럼 뻣뻣하게 선 채 귓속말을 했다.

아무 말 하지 말고 차로 갑시다. 차는 어디 있소?”

따냐의 차에 오르자 그제야 세웠던 옷깃을 내리며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그런 곳으로 가자고 요구했다.

나는 알렉세이의 심부름을 왔소, 그가 별장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의 말은 그것이 전부였다. 그는 내가 어디로 가느냐고 묻기도 전에 고개를 창밖으로 돌린 뒤 다시 나를 보지 않았다.

그가 우리를 데려 간 곳은 해변 가에 있는 통나무집이었다. 전형적인 러시아 풍의 냄새가 짙게 배여 있는 아담한 별장이었다. 2층으로 지어진 집 창틀에는 섬세한 조각이 톱날 같은 모양으로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주변 농장에서도 2킬로미터 정도 떨어졌으며 해묵은 외딴 농가를 개조해 만든 그런 곳이었다.

둘러쳐진 숲 사이로 파란 바다가 언뜻언뜻 보였다.

우리는 사내의 안내를 받으며 별장의 거실로 들어갔다. 낡고 해묵은 장식들이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거실은 화사함보다 검소함이 배어 있었다. 잘 정돈된 가구들이 집 주인의 깔끔한 성격을 엿보게 했다. 거실 장식장에는 제정 러시아 때 물건들로 보이는 골동품들이 너절할 만큼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이제는 색이바랜 왕관과 대신들의 장신구로 사용했을 귀금속, 그리고 손잡이에 칠보공예가 돋보이도록 아름답게 장식된 장검, 청동으로 만든 종, 니코틴이 짖게 베인 인어상이 붙은 상아 파이프, 금장 회중시계…….

그것들은 퇴색된 통나무 빛깔과 잘 어울렸으며 손때 묻은 모습이 고태를 더했다. 골동품 가운데 유독 내 눈길을 끈 것은 20센티가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제정 러시아 시대 종과 벽에 붙은 벽화였다. 청동으로 만든 종은 러시아 정교 종교의식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몸체에는 경전의 내용이 정교하게 형상화되어 있었다.

또 벽화는 이 지역 동식물을 정교하게 그린 것으로 화사한 색깔이 돋보였다. 내가 벽화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을 때 등 뒤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벽화가 마음에 드시오?”

내실에서 5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사내가 나왔다. 알렉세이였다. 나는 직감으로 그가 알렉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 대단히 아름답군요.”

그 벽화는 이 지역 풍물화 입니다. 무엇으로 그렸는지 아시겠소?”

“.........”

그것은 아주 작은 돌 조각으로 모자이크를 한 것이지요. 돌 조각을 세 보지는 않았지만 10만개 정도는 된답니다. 러시아 사람들이 얼마나 섬세한지를 알 수 있는 작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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