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자녀 초상권 침해 및 과도한 규율 문제 지적
학교측, 교사의 수업권 보호 차원 해명
교육청, 변호사 자문 등 절차 중...규율 전수 조사 나서

대전고에서 학생의 인권과 초상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학부모로부터 제기됐다. 사진은 대전고 전경.
대전고에서 학생의 인권과 초상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학부모로부터 제기됐다. 사진은 대전고 전경.

11일 기자에게 한 통의 제보 전화가 왔다. 본인을 대전고 학부모라고 밝힌 그는 30분 동안 기자에게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자신의 아들(A군)과 관계된 일인지라 때로는 울먹이며, 때로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성토했다.

이 학부모의 제보를 종합하면 이렇다. 자신의 아들이 대전고에 다니고 있는데 인권침해와 심지어 초상권 침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대전에서 명문으로 손꼽히는 대전고에서 정말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학부모는 지난 달 말 발생한 일을 얘기했다. 수업 시간에 A군이 미처 수업 준비물을 챙기지 못했다. 교사는 A군에게 다가가 그 이유를 물었고 A군이 "(학습지를)분실했으니 이대로 수업을 듣겠다"고 말했다. 

문제의 장면은 여기에서 나온다. 교사가 A군을 향해 "학생들의 학습권과 나를 보호하기 위해 동영상을 찍겠다"는 말을 한 뒤 A군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동영상 촬영했다. 동영상에 찍히기 싫었던 A군은 자는 척 책상에 엎드렸다는 게 학부모의 설명이다. 교사는 A군에게 거듭 수업 참여를 요구했으며, 엎드려있는 A군을 2차례 정도 깨웠다고 한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교사의 계속적인 지도에 불응했다는 이유를 들어 벌점 5점을 부과했다.

작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A군이 감기약 때문에 수업 도중 졸음이 밀려와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그러자 교사가 다가와 엎드려 뻗쳐를 하라고 지시했다.

학부모는 휴대폰 소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일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휴대폰을 학교에 가져오면 수거해 수업이 끝나면 돌려주거나 야간 자율학습 이후 돌려준다. 하지만 이 학교는 휴대폰을 아예 반입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고 한다. 만약 휴대폰을 소지하다 발각될 경우 벌점이 부과된다는 게 학부모의 주장이다. 두발 문제는 이미 지난달 대전고 학생들이 청와대 국민청원했을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서는 심각하다고도 했다.

학부모는 "교사가 지도하는 것은 좋지만 지도의 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변호사 상담도 받아본 결과 제 아이의 동의없이 동영상을 촬영한 것은 명백한 초상권 침해이자 인권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감기약 부작용 때문에 졸음이 왔던 것인데 졸다가 3번 지적당하면 벌점을 부과한다. 벌점이 10점을 넘기면 선도위원회에 회부되고 4차 회부되면 출석정지에 이어 생계부에 기재된다"면서 "제 아이가 치명적인 잘못을 했으면 모르겠지만 약 부작용으로 인한 졸음 때문에 벌점을 받아 생계부에 오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휴대폰 소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휴대폰 반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은 아이들의 지도에 필요하다면 수긍하겠지만 학부모 입장에서 요즘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등하교길에 연락하고 싶어도 연락할 방법이 없다"면서 "시대에 맞게 학교에서 바꿔야 함에도 민원을 제기해도 학교측은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따르라고만 한다. 민주주의 시대에 이게 맞는 얘긴가"라고 지적했다.

이 학부모는 "상황이 이러함에도 학교측은 사과 한마디 없고 교장은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며 "관리감독을 해야 할 교육청도 재발방지를 위해 나서야 함에도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부모는 지난해부터 인권위원회와 대전교육청, 그리고 학교측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책임있는 답변과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다소 다른 입장이다. 교사가 동영상을 촬영한 것은 수업을 책임지는 교사의 수업권 차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규율과 관련해서는 교육청 차원의 권고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내부 절차를 거쳐 개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대전고 관계자는 "교사가 동영상을 찍기 전 A군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다른 학생들을 고려해)수업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휴대폰을 가져와 2차례 깨운 뒤 '학습권과 나를 보호하기 위해 동영상을 찍겠다'고 말한 뒤 찍은 것"이라며 "수업이 끝난 뒤 학생지도를 위한 교사의 계속적인 지도에 불응했기 때문에 벌점 5점을 부과했고, 이는 수업에 대한 고유의 권리를 갖고 있는 교사가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교사를 옹호했다.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수업 도중 조는 학생들은 최소 3차례 이상 깨우기 위해 노력하고 그래도 안되면 규정상 벌점을 부과한다"며 "두발이나 휴대폰 소지와 관련해서는 각각 2012년과 2013년 전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한 것인데 교육청 차원에서 모든 학교의 생활규정을 취합하고 있는 만큼 교육청의 권고나 개정 필요성이 있으면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동영상을 촬영한 교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학부모 요구에 대해 "교육청에서 조사를 진행 중인 만큼 교육청이 결정하는 대로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일단 학부모의 민원이 제기된 뒤 현장 방문조사를 끝냈으며 변호사 자문 등을 거쳐 해당 교사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를 방문해 조사한 결과 부모와 학교측 주장이 다소 다른 부분이 있어 변호사 자문 등을 통해 심도있게 논의 중"이라며 "학교장 의견서 등 관련 절차를 거쳐 과연 징계대상이 되는지 검토할 계획이며, 명문고에 자율형공립고다 보니 규율이 엄격한 데 열린사고를 갖고 인권 친화적으로 개정할 수 있도록 권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200명 중 1명의 불만이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한명의 낙오자 없는 대전교육을 만들겠다'는 설동호 교육감의 선거공약을 인식해 교육청과 학교측의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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