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와 한마디 상의 없이 ‘월평공원 공론조사’ 강행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일처리 방식, 유감”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시민의 정부’를 표방하며 시민사회와 협치, 소통을 강조해 온 허태정 대전시장이 출범 초기부터 ‘불통’을 지적받고 있다. 그것도 허 시장의 우군으로 인식돼 온 진보성향 시민단체 쪽에서 ‘소통부족’을 이유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서 허 시장으로선 뼈아픈 대목이 될 전망이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10일 <디트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허태정 시장이 (시민사회와) 협치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 문제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려고 해 상당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양 처장이 언급한 “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이란 권선택 전 대전시장 재임시절 찬반논란으로 멈춰 선 ‘월평공원 민간특례 사업’을 일컫는다. 대전시는 꼬일 대로 꼬인 이 사업을 풀기위해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통한 해법을 모색 중이다. 이번 주 내에 전문가 5∼7명을 위촉해 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이 같은 대전시 계획은 당장 반발을 불러왔다. 양 처장은 “공론화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시민사회와 우선 상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민선6기에 구성된) 민관협의체에 참여했던 시민단체와 소통 없이 (우리를) 무시하고 부정하면서 일을 추진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대전시의 이 같은 불통행정은 인수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달 24일 인수위 김종남 부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신고리원전 사례처럼 찬반만 결정하는 공론조사가 아니라 제3의 대안까지 모색하는 시장 직속의 공론화기구를 꾸릴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대전시는 인수위 요구에 따라 시장직속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문제는 인수위 시절부터 현 시점에 이르기까지 시민사회와 이 문제를 두고 제대로 된 협의를 단 한 차례도 갖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통 없는 인수위 활동이 소통 없는 시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 재임시절, 지역 시민사회가 월평공원 민간특례 사업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권선택 전 대전시장 재임시절, 지역 시민사회가 월평공원 민간특례 사업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출신인 김종남 전 인수위 부위원장이 지역 환경단체 등과 협의를 계속 진행해 왔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양흥모 처장은 “공론화 문제와 관련해 전혀 소통한 바가 없다”며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서두르고 있는 대전시는 “인수위가 충분히 소통한 것으로 알았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인수위가 ‘환경단체 중심의 민관협의체 구성은 타당성이 없다. 과거 (민관협의체는) 찬반을 묻지 않는 방식이었는데 새롭게 공론조사를 하자’는 의견을 전해왔다”며 “그래서 새로운 공론조사 방안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는 시민사회와 인수위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판단했다. 인수위 의견에 시민사회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했다”며 “아무래도 인수위에 시민사회와 가까운 분들이 계시다보니까 지레짐작한 측면이 있었다”고 소통부족 지적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이어서 그는 “우리도 솔직히 난감하다. 시간이 촉박해 이번 주에 전문가를 모셔 공론화위원회를 꾸리려 했는데, 시민단체 쪽에서 반발한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전시 실무담당자는 “찬반논란의 직접 당사자인 환경단체를 공론화위원회에 참여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라며 “이번 주 중에 전문가를 섭외해 위원회를 꾸리는 등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민선7기 대전시정은 시작부터 불통행정’이란 비판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허태정 시장 주변에서는 정무부시장과 정무특보 등 정무라인이 아직 구성되지 못한 상황임을 감안해 달라는 해명이 나오고 있다. 허 시장의 정무라인이 시민사회나 언론 등과 직접 만나 대전시정과 관련된 중요한 현안을 설명하거나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아직 이런 구조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시장직 인수위원회가 대전시정의 중요한 정책방향을 설정하면서 폭넓은 의견수렴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불통’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를 단 번에 불식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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